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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13. 2024

베트남 모계사회, 자식사랑

당당한 미혼모의 지극한 아이 사랑

 베트남에서도 결혼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다. 2004년 6.23%에 불과했던 독신자 비중은 2019년 10.1%까지 높아졌다. 초혼 연령도 높아지는 추세이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23.1세였던 베트남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22년 26.9세까지 증가했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미루는 현상은 대도시에서 특히 심했는데, 베트남 남부 호찌민시의 경우 2022년 남성의 초혼 연령이 29.8세에 육박했다. 

 현지 언론들은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잃기 싫고,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결혼을 늦추고 있다”는 지적했다.   [ 조선일보 2024.01.22 발췌 인용 ]


 결혼 연령과 독신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과는 별도로 베트남 생활을 하면서 베트남 여성에 대한 놀랍고 의아한 부분이 있다. 

 베트남 여성들의 자식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놀라울 정도로 지극하다는 것이다. 


 몇 해전 관리자로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한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이혼을 하였다.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의 사랑도 누구 못지않았었는데 이혼을 했다는 말에 매우 놀랐다. 이유는 더욱 놀라웠다. 베트남 와이프는 빨리 자식을 갖기를 원했고 한국 남편은 지금은 젊고 서로 일을 해서 자금을 모아야 하니 출산을 조금 미루자는 것이 이유였다. 

 얼마 후 여성은 법원에 이혼을 신청했고, 법원은 단 칼에 이혼 사유를 인정하고 이혼을 승인하였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상상치도 못한 미혼모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아르바이트생 직원이 자기는 집에 자식이 있다는 말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남편과 이별하고 아이는 내가 키우고 있는데 양육비를 전 남편이 보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고도 한다. 자기는 자식만 있으면 된다고. 특히 대도시에서 일을 하는 미혼모들은 아이들을 시골에 사는 부모님들이 키워주는 경우들도 많다고 한다. 자기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고향으로 보내고 부모님은 자식들을 키워주는 것이다.


 '어떻게 이혼으로 가정이 파괴되었는데도 자식들을 고집하고 더 나아가 자식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할까?' 

 한국의 우리 딸아이는 지금 결혼을 시기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이를 갖는 것은 고민이 많다며 결혼시기도 못 정했다며 손사래를 치며 화제를 바꾼다. 두 사람이 사랑하고 가정을 꾸려 이쁘게 살아가는 것이 우선이고 자식은 가정을 키우는 선택사항이 된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가정의 기준이 자식인 듯하다. 선사시대부터 베트남은 모계사회였고, 여성 나름의 재산과 지위를 일정정도 확보하고 유지하며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을 갖는다는 것은 나만의 가정을 만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자체만으로 의무를 다한 것이고, 권리도 갖는 것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하기야 한국 속담에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있다. 남편이야 헤어지면 남이지만 자식은 나의 피를 나눈 것이고, 가정을 무너진 것이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베트남 여성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국가를 유지해 오고 있지 않는가! 현대에도 베트남 여성들은 강인한 생활력으로 당당하게 국가 재건과 발전에 기여하며 살아오고 있다. 

[ 여성, 호찌민 미술박물관 소재 ]

 직장을 다니면서 살림과 육아까지, 자녀교육까지 책임지는 자기만의 가정을 꾸리고 유지해 나가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모계사회의 전통과 위력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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