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호 May 27. 2024

베트남 아파트 구입해야 하나?

레드북과 핑크북이 나뉜 이유를 생각하면 권하고 싶지 않다

 한 때 베트남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인 때가 있었다. 베트남 관광을 하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를 현장 답사하고 그 자리에서 구매계약을 하는 '베트남 투자여행'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지금은 베트남 아파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나 문의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 


 외국인으로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아파트 구매의 매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곳에서 아파트 외 부동산에 대한 가치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고 상승가능성은 있는 지가 큰 포인트일 것이다.


 며칠 전  '인사이드 비나' 웹사이트에서 부동산 개발회사 엑심(Eximrs)의 CEO인 천티껌뚜(Trần Thị Cẩm Tú)씨가 분석한 '베트남인들이 땅을 숭배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을 정리하고 기사화한 것을 보았다. 

 

 그가 분석한 베트남인들이 땅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를 정리하자면, 

 첫째, 베트남의 농업경제가 땅을 숭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경작을 위한 중요한 자산인 땅과 밭, 그리고 정원 등의 부동산은 베트남인들에게 생계를 위한 주요 수단이기 때문에 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베트남의 오랜 역사를 통해서 지주는 많은 땅을 소유한 부유한 계급이었고 사회에서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컸다. 베트남인들은 소작인의 신분에서 땅을 소유하고 사회에서의 지위를 가진 계급으로의 신분상승을 갈망한다.

 셋째, 베트남 사람들은 '땅이 부유함을 보증한다'는 사회적인 편견을 갖고 있는데 이 관념은 '가능한 많은 땅을 가지면 가질수록 사회적으로 더 부자임을 증명한다'. 

 넷째, 베트남인이 완수하고 싶은 사명은 집을 짓기 위한 땅을 사는 것에 온 힘을 쏟는 것이다. 베트남인에게 있어서 땅과 집은 음식이나 옷과 같이 중요한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수세대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잘못된 개념이지만 바뀔 수 없는 것이다. 사는 집을 임대한다거나 아니면 아예 집이 없다는 것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개념이 지난 수세대 동안 베트남인의 뇌리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고 하였다. 


 한편 현재 베트남 사람들이 땅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길을 내고 다리를 짓고 새 전답을 계획하고 도시구역을 정돈하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은 땅값을 가파르게 올리는 요인이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실 베트남에서 있었던 이런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이 사람들로 하여금 궁핍을 면할 수 있게 했으며 심지어는 부자가 될 수 있게끔 했다.

 둘째, 수퍼리치를 따라 하려는 군중심리 때문이다. 땅, 부동산 또는 땅과 연관된 일로 수퍼리치가 된 많은 억만장자들이 있다. 땅을 숭배하는 베트남인들도 부동산으로 억만장자가 되고 싶어 하는 군중심리를 갖는다. 

 결국 베트남인들이 땅에 많은 돈을 쏟아 붓는 것은 다른 어떠한 투자보다도 땅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투자처라고 믿기 때문이며, 베트남인들에게 있어 땅이란 리스크를 회피하고 관리하기가 쉬우며 자산가치의 증식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반부에서 말한 베트남 사람들이 땅에 대한 가치를 설명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다. '옛날에 농업경제가 아닌 곳이 어디 그리 많은가!' 인간에게 의식주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고, 사람이 생존하기위해 먹는 것(食)과 입는 것(衣)을 챙기고 나아가 살 곳을 마련하는 것(住)은 당연한 것이다. 베트남 사람만의 특별한 그것이라고 볼 수 없을 듯 하다. 그것보다는 후반부에 '현재 베트남 사람들이 왜 땅과 부동산에 열광하는가'가 더 가치있는 분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회기반시설들이 확중되어지고, 그에 따라 도시가 발전하게 되고 제한되어 있는 땅의 가치가 눈 앞에서 보여지기 때문이다. 공항 개발로 인해 토지가 수용되어 보상을 받기도 하고, 수용된 토지 인근의 땅은 더욱 비싸게 거래된다. 즉 주변에서 현금이 오가는 것이 눈에 보이고 그들의 삶이 바뀐 것이 현실에서 목격되면서 땅에 대해 열광을 하게 된 것이다. 


 이미 개발된 도시내에서는 땅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그마한 땅이라도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고, 그 땅을 대체할만한 것이 아파트라는 것이다. 땅을 산다는 것은 엄두를 낼 수 없고, 대신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구입하면서 현실적으로 돈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즉 베트남에서 부동산은 과거의 역사적 경험이나 관념에 의해 관심이 폭발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부의 축적이 실현되는 것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외국인(한국인)이 베트남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어떨까? 찬성하면서도 반대이다.  

 찬성하는 경우는 한베 다문화가족이거나, 장기 주재원인 경우이다. 그 분들은 직접 거주를 하거나 적어도 직접 관리를 할 수 있다. 이는 명의를 자기의 이름으로 하는데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를 뜻한다. 단기간의 아파트 시세 변동에 게의치 않을 수 있는 조건이 있는 경우이다. 

 반대하는 경우는 한국에 있으면서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듯 베트남에 관심을 갖고, 아파트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를 하겠다는 분들이다. 물론 아파트 등기 및 임대 관리를 해 준다는 업체들도 많이 있다. 그 분들의 능력이나 책임감을 평가절하 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책임은 결국 투자 당사자가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Phu My 신규 OSIMI 아파트 전경

 필자는 약 20년 전에 대원 칸타빌 아파트를 구매하여 임대를 하다 5년전에 빈홈으로 갈아타고 지금도 임대를 주고 있다. 외국인 아파트 소유권(핑트북)을 받기 위해 한국에 있는 와이프가 와야만 했다. 그것도 한 번에 처리가 되지 않아 귀국한 와이프가 서류를 추가로 보내오고 내가 다시 제출하는 등 번거로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돈 버는데 그 정도 고생이야!' '여행겸 한 번 왔다가면 좋지 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여기 있는데도 그런데 하물며 이곳에서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얼마전 전 직장의 후배가 베트남에 찾아왔다. 빈증에 아파트를 분양 받아 구매했는데 이제야 아파트 소유권 등록을 한다고 오라 해서 왔다고 한다. 아파트 가격은 분양때 보다 떨어졌는데 아직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며 한 숨을 쉰다.

 '핑크북이 없으면 현지인에게 판매를 할 수 없다'는 말을 현지 중개업소의 직원이 했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놀랐다. 베트남의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지... 그럼 외국인 소유 아파트를 현지인에게 팔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인지. 아니면 그 부동산 관리자가 후배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외국인 소유의 부동산을 현지인에게 팔 수 있다면 굳이 레드북, 핑크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반면 분리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외국인이 소유한 아파트는 외국인에게만 판매가 가능하다. 외국인에게만 판매를 해야한다면 외국인 공급이 줄어들게 될 경우 현지 주변시세와는 다른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미 하노이쪽은 그런 상황이라고 들은 바 있다. 현지에도 없으면서 어떻게 외국인을 찾아 나의 아파트를 판매할 것인가!! 

핑크북 : 베트남 부동산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증서

 베트남 부동산에 대한 나의 의견은 이렇다. 현지인들은 바로 현실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그 돈을 만질 수도 있고 깔고 앉아 희믓해 할 수 있다. 외국인도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지켜 볼 수 있다면 좋은 기회인 것은 맞다. 하지만 섣부른 투자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이전 15화 베트남 호찌민시 땅값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