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과 축제의 아이콘 : 크리스마스 트리
베트남에서 거리를 장식하고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 되는 날을 꼽으라면, 새해, 구정(tet), 해방절과 크리스마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에서 그리고 기독교 신자도 많지 않은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살펴보았다.
크리스마스가 베트남에 소개된 시기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선교사들과 포르투갈 선교사들에 의해 가톨릭이 처음 전파된 것이다. 이후 19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대 동안 가톨릭은 더욱 확산되었고, 이 과정에서 성당과 크리스마스 관련 전통이 일부 지역에서 자리 잡았다. 가톨릭은 베트남 전체 인구의 약 7~8%로 소수이지만, 신앙생활이 강한 공동체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축제로 이어졌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Đổi Mới) 개혁 정책 이후 점차 개방적인 경제와 사회 구조가 도입되었고, 외국 기업과 문화의 유입으로 서양식 명절인 크리스마스도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었고, 특히 글로벌화와 상업화가 이 분위기를 가속화했다. 대형 쇼핑몰, 호텔, 관광지가 크리스마스를 홍보하며 화려한 장식과 이벤트를 통해 하나의 축제 마케팅 요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의 젊은 세대는 전통적 관습보다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관계없이 낭만적인 분위기와 선물, 이벤트, 데이트 등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SNS와 미디어의 확산으로 젊은 세대는 크리스마스를 새롭고 특별한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시작하였다.
비록 베트남의 다수는 불교 또는 무종교인이지만, 가족과 공동체의 중요성은 모든 종교를 초월한 공통된 가치이다.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종교적 명절을 넘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축하하는 날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전쟁과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희망과 사랑을 중요하게 여겼다. 크리스마스의 메시지인 평화와 나눔이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공감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되어진다.
1990년대부터 도이머이 개혁 이후 경제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서구 문화가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대형 쇼핑몰과 호텔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일반화되었고, 이 분위기가 확산되며 지역 사회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풍경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종교적 상징을 넘어 장식과 축제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 크리스마스는 베트남의 주요 도시에서 특히 큰 명절처럼 기념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종교적 경계를 넘어 베트남 사람들의 가족애, 공동체 정신,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반영하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서양의 크리스마스 문화와 베트남 특유의 정서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독특한 문화적 현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