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사리 Mar 28. 2023

평범함을 꿈꾸는 이에게

흔한 사람의 길찾기 기록


삼촌 나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늦은 밤, 나를 많이 닮은 우리 막내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세상 해맑던 녀석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한 시간 동안 고민을 털어놨다. 학교, 학과, 직장 등등 미래의 많은 것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힘들어했다. 조카에게 '그래 잘하고 있어. 그땐 누구나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고 떠넘기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고, 나는 과연 다음 세대의 고통에 조금도 책임이 없는가라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없었다. 나도 똑같이 힘들었고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눈감고 지나간 것들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조카의 고민이 그때의 내 고민과 다르지 않았고, 조카가 원하는 삶도 그때의 나처럼 그저 보통의 인생이라는 점이었다. 비록 다음 세대가 따라올 길을 깨끗하게 치워주지는 못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마침내 보통은 살게 된’ 나의 경험을 들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목표를 가진 사람의 경험담


 그때의 나처럼 미래에 대한 막막함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이를 위한 안내서를 써보려고 한다. 시골의 평범한 가정에서 보통 교육을 받은 내가(평균의 착각에 따르면  평균이하) 정말 어렵게 또 간신히 평범한 삶을 얻은 과정을 담을 것이다. 이건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이고 이전의 나처럼 평범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지금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이 안내서가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면 이건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범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고, 대단한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라 당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사람의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캠핑 가는 삶


 무난한 직장에 다니고 있고 회사 가까운 집에  살며 결혼해서 아기를 키우고 있다. 평일저녁에는 가까이 사는 친구와 저녁 먹으며 일상을 나누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경치 좋은 곳에 캠핑을 간다. 가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다. 이건 나의 일상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평범하고 어쩌면 하찮을지도 모르는 인생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나는 이 일상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때도 큰 걸 바라지 않았고 그저 무난하게 사는 게 목표였지만 그 과정은 전혀 무난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분명히 지름길이 있었는데 그게 방법인 줄 몰랐고, 또 자세하게 길안내를 해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



보통사람의 길 찾기 방법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삶이 결국 출발과 도착의 연속이라는 생각에서 평소 길 찾는 방법을 떠올렸다.  이 안내서는 지도에서 길 찾는 순서대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길을 찾을 때 1. 지도를 열고, 2. 출발점(현재의 나)을 찍고, 3. 도착지(롤모델)를 찾은 다음, 4. 버스로 갈지, 도보로 갈지 정하고(방법) 그 길을 따라서 간다. 그리고 5. 도착한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이 다섯 개의 과정에 따라 진행된다. 솔직히 나의 삶은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지는 않았다. 어디서 출발해야 할지 몰랐고 가는 과정도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그 경험들이 모두 헛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나에겐 너무 힘들었고 누군가에게 굳이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이 안내서에는 되도록이면 험한 길을 피해 갈 방법도 넣었다. 이 보통사람의 길 찾기 기록이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듯한 막막함과 불안감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사라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