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경X인영구]인영으로부터
"예쁜 건 잠깐 봤으면 됐제. 선물해준 사람 마음은 남은께 괜찮어."
이 말이 무척 다정하시다.
사실 꽃다발이라는 게 받으면 좋은데 버릴 때는 뭔가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
선물을 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앞으로는 마음을 간직한다는 생각으로 꽃다발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 덜어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
기억에 관해서는 말인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잖아.
그리고 그게 축복이라고들 하고.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일이 있었는지는 다 헤아릴 수가 없는데
그런 것들을 다 기억하고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봤어.
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
일단은 오빠 편지를 보고 나도 내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는데,
그냥 잊어버리고 있던 걸 기억해내는 기분이 참 좋아.
나비 모양 장난감이 있었는데, 바닥에 끌고 다니면 날개가 팔락팔락거리는
진짜 쓸모없고 귀여운 장난감이 있었는데.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그걸 끌고 돌아다니는 걸 정말 좋아했던 것 같아.
어떤 것들은 선명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 같아.
소중한 것들을 다 기억하고 있어도 좋겠지만
이렇게 문득 생각날 때 떠오르는 기억도 좋으니까.
또,
어떤 기억들은
잊어버리는 게 나을 때도 있고.
뭐 어쨌든
잊어버린 기억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좋지만,
다시 기억했을 때 고마워하는 마음이 크기를 바라.
꽃다발을 버리며 미안해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소중하게 보관하는 것처럼!
2020.02.27
인영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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