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로 이모티콘을 그려서 판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언니, 이모티콘 그래서 카카오톡에서 팔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데?”
“그래? 뭣하고 있어 당장 시작해.”
그날도 큰 고민 없이 이모티콘 만들기를 시작했다. 왜? 큰돈을 만질 수 있고, 이모티콘 그림이야 못 그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접수 파일 규격을 알아보기도 전에 뇌 속에는 삼시 세끼를 뷔페에서 먹고 회사에 사표를 내던지는 스스로의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렇게 냅다 만든 [얼크니와 코크니] 나는 얼굴이 크고 동생은 코가 큰데, 그런 우리의 특징을 살려서 팀명을 만들었다. 사실 팀 이름을 정하기 전에 시안 제출 규격이나 형식을 먼저 살펴보는 게 맞았다. 하지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그런 디테일은 뒷전이다.
그래도 우리는 나름 전략가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이모티콘은 못 만든다. 그렇다면, 타깃을 정하자. 그래! 우리가 자매니까 자매를 타깃으로 해서 이모티콘을 만들어보자!
‘가방 한 번만 빌려줘.’, ‘옷 한 번만 빌려줘.’, ‘다이어트한다.’처럼 실제로 우리가 자주 나눴던 대화들을 이모티콘으로 표현을 했고, 아침만 되면 콧방울까지 살벌하게 붓는 동생의 얼굴을 본 따서 ‘모닝 붓기’ 이모티콘도 그렸다.
그 당시에는 감탄하면서 그렸고, 결과에 대해서도 굉장히 뿌듯했었는데, 이상하게 지금 보니 형편없다. 이 당시 이모티콘을 뭘로 그렸다면 갤럭시 노트로 그렸다. 갤노트로 그린걸 포토샵으로 사이즈 조정을 해서 제출했다. 멈춰있는 이모티콘으로 시안을 완성해서 파워 지원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거절되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음하하하하. 첫 술에 배부를 리 없지! 우리는 또다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아무래도 이모티콘 담당자가 자매의 감성을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그러면 이번에는 대중적인 것으로 가자. 다양한 표정을 담은 이모티콘을 간결한 선과 곡선으로 만들어내자! 그래서 두 번째 이모티콘 [표정 스티커] 제작이 시작되었다.
‘츄릅 스읍 쩝’, ‘지금 개 예민해.’, ‘너보단 내가 낫지.’, ‘기함하겠네.’ 등등 역시 다양한 표정들을 그려서 제출했다. 결과는? 또 실패. 보내고 나니까 배경 제거가 안 된 파일도 있었고, 미처 지우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엉망진창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담당자가 머리에 총을 맞지 않은 이상, 뽑을 수 있을 리가…
아무튼, 실패는 실패고, 세 번째 작품 구상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마켓에 판매할 수는 없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때 네이버 밴드, OGQ마켓 등에서도 이모티콘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카카오톡 이모티콘 샵에서 팔 때의 수익과는 규모가 달랐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구리디 구린 이모티콘일 수 있지만, 이걸 만든다고 우리의 거북목은 더 심화되었고, 드라마도 덜 봤다. 그래서, 단 돈 몇 백 원이라도 팔고 싶었다.
그래서 네이버 오지 큐 마켓 규격에 맞게 다시 수정해서 판매 승인을 했다. 결과는 승인! 동생이랑 나랑 정말 괴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아마 자축의 치킨까지 시켰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지, 한 동안 치킨 값조차 벌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
그래도 어찌 되었든 스티커는 아주 조금씩 팔렸고, 오지큐 마켓은 아프리카티비까지 진출했다. 그렇지만 우리의 스티커 판매량은 지지부진했다. 생각해보면, 이 즈음해서 저품질을 먹은 블로그의 문제도 있었다. 적극적으로 사용을 하고 노출을 시켰어야 했는데, 블로그 광고를 오지게 해서였을까? 잘 나가던 내 블로그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포스팅에 아무리 우리의 스티커를 써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노출이 되지 않고… 판매량은 줄고… 뭐 그런 식이 었다. 그래도 총 다섯 종을 등록했다.
첫 판매가 이루어진 2018년 이후 지금까지 한 8만 원 정도는 팔았나? 이야, 대단하다. 지금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없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티커 1개가 판매되어 이익이 646원이라도 수익금 지급이 되었는데, 오늘 로그인을 해보니 정산금이 5만 원 이상이 되어야 수익금 신청이 되도록 바뀌어있었다.
아마, 큰 이변이 없는 한 나의 미지급 정산금 4,354원은 네이버에 머물러 있겠지.
아무튼 그렇게 이모티콘 도전기는 끝이 났다. 포기를 했다기보다는 그즈음 또 새로운 것에 눈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예전에 만들었던 이모티콘들을 보니, 정말 황당한 작품들이긴 하다.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 카톡 이모티콘 샵에서 보이는 얼토당토 안한 이모티콘들을 보면, 우리 것도 좀 뽑아주지 참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근데 그래도, 지금은 딱히 미련이 없는 분야다. 그럼 여기서 이모티콘 판매 실패 기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