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만 Apr 04. 2022

나의 취미 1, 해금

직장은 취미의 재물이다. 

풍요로운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직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제법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 

아무튼 오늘 다뤄 볼 나의 취미는 ‘해금’이다.



해금을 시작하게 된 이유

어느 토요일 저녁, 절친과 유튜브를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해금과 대금 연주를 보게 되었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연주자들이 한옥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곡은 바로 '비익련리'

앱솔루트와 롱보드를 마시며 듣는 연주는 환상이었다.

그리고 우린 정했다. 나는 해금, 친구는 대금을 배워서 팬데믹이 끝나면 칸쿤 바닷가에서 버스킹을 하자고. 누가 해금을 할지 대금을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폐활량이 자신 있다던 친구는 대금을 선택했고 해금 소리가 가슴에 콕 박혔던 나는 해금을 골랐다. 

그렇기 2인조를 결성했지만, 어쩌다 보니 나만 해금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기한 게 배우겠다고 마음을 먹으니까 순풍에 돛 단 듯 학원 등록까지 단숨에 마쳤다.

알고 보니 집 근처에 국악원이 있었고, 굉장히 저렴한 비용으로 공익 강의도 하고 있었다.

다만, 일정을 맞추다 보니 나는 개인 레슨을 들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국악원에 가면 해금은 물론이고 대금, 가야금 연주 소리가 들리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진짜 괜히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김고만이 취미 해금을 배우는 방법

성질이 급한 나는 첫 수업 전에 인터넷으로 해금을 사고 말았다.

사실 이는 추천하는 방법이 아닌데, 악기 특성상 같은 사람이 만들어도 해금마다 소리가 다르고, 본인에게 맞는 소리가 있다고 한다. 물론 같은 가격대라도 우수한 제품과 그렇지 못한 제품이 있어서 전문가(보통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구매를 한다고 하는데, 나는 인터넷으로 사버렸으니 국악원 원장님이 많이 걱정을 하셨다.

다행히도 내가 뽑은 해금소리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만약 해금을 배우려 검색하다 이 글을 보게 되시면, 혼자 사는 것보다 선생님의 조언을 받기도 하고 이곳저곳 비교해서 구매하는 것을 권한다.

사실 나는 뭘 하든지 기초가 부실하다. 기초를 제일 재미없게 느껴서 모래성을 쌓는 타입이다. 그 버릇을 고치려고 해도 잘 안되는데, 취미는 오죽할까? 그래서 내 눈에 멋있어 보이는 사람은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 

그래서 사실 첫 한 달 기본기를 배우는 것은 많이 지루했다. 탄탄히 오래가려면 기초공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지만, 취미 활동은 흥미가 식으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째 달부터 바뀐 선생님께는 특별히 부탁을 드렸다.


"선생님, 사실 제가 오선보도 못 읽고 기초도 제대로 못하지만 저는 꼭 [비익련리]를 연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손가락 번호가 쓰인 악보를 구해왔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연습할 테니 비익련리를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 과정에서 제가 배워야 하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쿨한 선생님은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리고 연주에 필요한 포지션을 배우고, 박자도 배우고, 틀린 음을 교정해가면서 배웠다. 

진짜 이 때는 정말 그 무엇보다 해금이 재밌어서 퇴근 후고, 주말이고 시간만 나면 연습을 했다. 

그리고 검지 두 번째 마디에 굳은살이 생길 무렵, 눈감고도 연주를 할 수 있을 만큼 악보도 다 외웠다. 아니 외워졌다. 진짜. 

물론, 올해 초부터 코로나도 심해지고, 글을 써서 책을 내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는 바람에 해금 레슨은 쉬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직도 하루에 한 번 씩은 연주를 한다. 사실 이제 비익련리는 뇌절 수준이지만, 그래도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이것 밖에는 없다. 

근데, 아직도 관리 계속해주고 책상 옆에 두고 있는 것은 짧게라도 연주하는 순간이 정말 좋아서다.

이번 글쓰기 프로젝트가 끝나면, 두 번째 꼭을 배울 거다. 꼭, 사실 연주 기회(물론 지인 찬스)를 얻었지만 지금 실력이 너무 형편없기도 한 데다가 가능한 곡이 한 곡 밖에 없어서 고사를 했다.

흥미가 사그라든 것은 아니고 일정 상 잠시 멈추어 가는 것이니 조만간 다시 굳은살이 박히도록 연습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아니 계획해야겠다. 말 나온 김에 달력에 써야지.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해금을 보고 아쟁이라고 한다는 걸 많이 경험했다.

심지어 친구 하나는 내가 해금 연주를 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마다 아쟁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친구가 아쟁 연주하니? 하면, 응 콘트라베이스 연주한다고 한다.

제 발로 해금을 배우겠다고 나서기 전까지는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정말 단 하나도 없었다.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은 그렇게 좋아해도. 오선지에 그려진 모든 기호들이 나에게는 수학이나 다름없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음악은 놓아버렸는데, 해금을 배우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화성학 책도 샀다. 유튜브를 보면서 틈틈이 공부해서, 손가락 번호 없이도 악보를 읽고 연주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말이다.

그럼,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한 비익련리 연주 영상과 함께 글을 마치겠다.



작가의 이전글 지네 부부는 한 집에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