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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May 30. 2024

매일 서재로 출근

아침의 소소한 힐링타임

벌써 도혜가 태어난지 43일이 지났다. 아기는 하루하루 무럭무럭 크고 있고, 이제 하루의 루틴도 얼추 잡혔다. 아기를 처음 집에 데려왔을때는 거의 자고 있어서 옷도 만들 수 있었는데, 한 달간 고새 조금 더 컸다고 눈뜨는 시간도 길고 잠도 중간에 자주 깨서 오히려 시간이 없다. 지금까지는 수유하면서 TV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나름 힘이 강해져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딱 수유하면서만 티비를 봤는데도 한 달간 하루에 드라마 5편씩을 봤고, 일주일도 안되어 한 시즌을 다 보고는 했다. 



그래도 아침 루틴은 꽤 잡혔다. 7시쯤 밥을 한 번 먹고 재우면 얼추 8시. 중간에 깨더라도 2시간 정도는 자니까, 내겐 8시부터 10시까지의 자유시간이 생긴 셈이다. 요즘 운동을 설렁설렁했는데, 아가가 무거워지면서 온몸이 찌뿌둥해서 다시 아침 요가를 시작했다. 8시에 TV에 산후요가 유튜브를 띄워놓고 30분 가량을 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료나 간식을 들고 서재로 들어와 PC를 켜서 글을 쓴다. 그 아침 두 시간이, 요즘 나름의 힐링타임이다.



서재를 만들어 놓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뭐 서재라 해도 별 것 없고, 그냥 책상과 PC, 책장과 턴테이블이 있다. 독립된 공간에서 좋아하는 향초를 켜고 하루 일정을 계획하고 글을 쓰고 하는 거다. 만약 서재가 없었더라면 수많은 시간을 드러누워 휴대폰을 보며 날려버렸을거다. 해야 하는 일은 없지만, 그냥 블로그도 하고, 궁금한건 검색도 하고, 글도 쓰고, 친구들과 카톡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 출근시간과 또 얼추 맞아서 오히려 근무할때보다 연락을 더 자주 하고 있다. 친구들은 ‘너 정말 출산한 거 맞아?’ 하면서 의심도 한다.



나같은 사람에게 할 일이 없다는건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루 두세시간 정도는 할 일이 있어서 용돈벌이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없으니 내 것을 하는 수밖에. 뭐든지 루틴화되면 에너지가 훨씬 적게 든다. 루틴화되지 않으면 실제로 드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신경쓰느라 허비하는데, 루틴이 생기면 그냥 일상처럼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블로그가 그렇게 손이 안가더니, 요즘은 별 힘을 안들이고도 블로그에 매일 글이 올라가고 있다. 한 달쯤 블로그에 익숙해졌으니 이제 영어 공부를 욕심내보려 한다. 



목글데이의 이런 글도 아침에 쓰여지고 있다. 나는 촌시러운 사람이라 휴대폰 활용도가 높지 않다. 맨날 보는 것만 보고, 폰으로 놀 줄도 잘 몰라서 어느 정도하면 더 볼 것도 없다. 긴 글도 폰으로 보면 답답해서 모니터로 크게 봐야 하는 사람이다. 왠만한 작업들도 당연히 다 PC로 한다.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로도 불편해서 글이 잘 안써진다. 물론 둘은 까페에 가져갈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중요한 키감이 없다. 글쓰기는 박자감이라구!



사실 근무할 때는 거의 집에서 PC볼 시간이 없어서 서재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남편이 여기를 아기방으로 바꾸자고도 했는데, 웬걸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이렇게 서재 북밭이가 될 줄이야. 뭐든 좋아하는 것을 구축해 놓으면 꼭 쓸 데가 있고, 뭐든지 쓰여지는 시기는 오나보다. 요즘은 거실에서 아기가 자면 거의 방으로 들어와서 인터넷을 한다. 덕분에 글도 많이 쓰고 있다.   



매일 서재로의 출근. 기회가 된다면 독립공간을 외부에 꼭 만들어서 거기로 출근할거다. 집 안과 밖은 긴장감이 아예 다르니까. 독립공간이 생기면 파티를 자주 열고 싶다. 서재로 출근하면서 웹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누군가의 글을 통해, 연락을 통해, 강연을 통해 많은걸 배우고, 그들에게 영감을 얻는다. 



요즘 친구들과 예쁜 옷을 사도 갈 곳이 없다고 한탄하고는 한다. 갈수록 더 긴장할 일이나 이벤트가 없어지고는 한다. 나는 긴장감이 있는 삶이 좋은데.. 그래서 자꾸 셀프로 이런 저런 이벤트를 만들곤 한다. 요즘같이 의무적인 일이 없는 날에는 다양한 자료를 보면서 재밌는 상상을 한다. 지금 시간에 쌓여지는 레퍼런스도 언젠가 무언가를 창작하는데 의도치 않은 연료가 되겠지. 더 재밌는걸 하고, 즐거운 긴장감 속에 놓여진 미래를 기다리면서.



아침마다 서재로 출근하는 일. 이 짧은 힐링의 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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