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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un 13. 2024

누구나 나로써 존재한다

아기엄마라는 포지션의 혼란 

내게 아기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주어지면서, 모든 걸 어떻게 포지셔닝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나를 어떤 이미지로 설정하고 활동해야할지가 정리가 안된다. 그냥 남들 하는 것처럼 하면 되는데, 그간 아기엄마라는 것에 별 관심도 없었고,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또 달라져서 아직 익숙하지도 않고, 솔직히 말하면 어렵다. 가정적인 남편덕에 나가서 활동하는 데에 제약이 덜한 편인데, 뭔가 애써 설명해야 할 때도 많다.



일을 쉬면서, 시간이 혼란스러울정도로 많아졌다. 임신기간에만 해도 내가 하고 싶은거 그냥 주욱 하면 됐는데, 이제 3년뒤에 다른 직종으로 변신하기 위해서 괜히 뭔가 밀도 있게 쌓아야겠다는 욕심도 들고, 근데 어떤걸 어떻게 준비할지 모르겠다는 방향성의 혼란도 온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은근히 낮잠 시간이나, 아이가 혼자 노는 시간 등 짬짬히 시간은 난다. 흘리면 그냥 눈녹듯 사라질 시간이겠지만, 괜히 그러긴 또 아깝기도 하다.



남편과도 새로운 관계가 된다. 지금까지는 그냥 각자의 위치에서 알아서 본인만 건사하면 됐지만, 이제는 매우 시급한 하나의 공동 과제가 생겼다. 물론 그 일에서 돈을 벌지 않는 내게 많은 무게가 치우쳐져 있다. 어떤건 당연하지만 서운하기도 하고, 벌이의 경중에 비해서는 그래도 무게가 덜 온 것 같아 감사하기도 하다.

오늘은 처음으로 아파트에 비슷한 년생의 아이를 가진 두 엄마를 만났다. 우리 아이가 제일 어렸다. 나보다는 나이가 두세살쯤 많아보였고, 다들 외향적으로 보였다. 이 엄마들은 본인의 정체를 지금 어떻게 정의내리고 있을까.. 이런 가치관이 궁금했지만 일단 대화는 아이의 성장에 따라 피상적으로 흘러갔다. 지금은 하루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때라서 공통점이 있어 할 말이 많았다, 아이 엄마라는걸, 나만 이렇게 무겁게 느끼고 있는지가 사실 제일 궁금했다.



택이는 내 남편이자 도혜 아빠지만, 나는 그를 그로써 가장 인정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큰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하고 싶은걸 다 했으면 좋겠다. 여러 사회적 자아중에 나라는 감투가 제일 큰 게 아닐까. 최근에 자꾸 사업얘기를 꺼내는 그에게 쉽게 그러라고 말한 이유기도 하다. 어짜피 단 한번사는 인생이고, 그가 삶에 불만족한다면 나도 도혜도 구제할 수 없다.



최근에 민희진 사건을 보고 진정성에 대해 생각했다. 민희진이 옳든 그르든간에 그녀의 진정성과 진심은 대중을 빨아들였다. 재지 말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하고싶은건 그냥 달려들고 진심을 다해서 하면 될 일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밀당같은게 유행이라지만, 감정에 솔직하고 달려들때는 달려들 것. 그래서 내가 지독하게 투명하고, 진하게도 촌스럽게 사랑한 택이와 결혼했었지.. 싶었다. 



남들은 요즘 돈으로 세상을 잰다지만, 나는 시간으로 잰다. 돈은 벌고 모을 수도 있는 재화지만 시간은 지나가버리면 땡이니까. 지금의 내 시간, 지나가버리면 땡이니까 솔직하게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야겠다. 애기 엄마라서, 이런건 좀 그래-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귀하니까. 내 마음을 투명히 바라보고, 하고 싶은게 생기면 아무리 의미없고 아무리 낭비라도 그냥 그때 그때 그냥 해야겠다. 그게 내 마음의 진정성일테니. 또 실패에도 투명해져야겠다. 까짓 꺼. 잘나고 멋져보이려는 욕심을 내려놓자. 언제나 모든걸 잃을 수 있고, 언젠가 모든걸 가질 수 있으니.



아기엄마라는 포지션과 3년의 공백이라는 부담은... 괜히 뭘 잘하고 싶어서 내려놓지 못하는거다. 그냥 그때 그때 마음이 가는대로 열심히 살면 될 것을. 하루 하루 흐르는대로 영감대로 살다보면 그런 조그만 것에 짹짹거리지 않을 것을. 세상에 반하는거면 좀 어떻고, 다들 말리는 거면 뭐 어떤가. 시간 낭비를 좀 하면 어때.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을. 그러니 겁먹지 말고, 그냥 나로, 순간에 존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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