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한 달 살기, 여행 이상의 값진 경험이었다. 여행인 듯 일상인 듯, 밀도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곳곳에 쌓여간 우리들만의 이야기는 따뜻한 추억이 되었다. 이 추억들은 우리 삶의 곳곳에서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다시 제주 한 달 살기가 시작되었다.
2022년 여름.
삶과 여행 사이 그 중간쯤에서 우리의 두 번째 한 달 살기, 제주 라이프가 시작된다.
첫날 이른 새벽에 제주항에 도착한다. 제주 일출 시간은 5시 34분. 성산 일출을 보기 위한 광치기 해변까지의 거리는 약 한 시간 거리로 시간상 여유가 있는 함덕에 있는 서우봉에 가기로 결정한다. 서우봉에 도착. 와~ 정말 아름답다. 새벽 어스름 붉은 기운이 제주 라이프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비장한 각오를 주는 듯하다. 서우봉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찍었던 함덕 해변 사진도 정말 제주스럽다. <지금 여기, 제주>를 느끼는 중이다.
2022 우리의 여름 이야기가 설레고 기대된다. 하얀 백지상태에서 무엇을 그릴지 어떻게 만들어갈지. 무엇을 보고, 어떤 경험을 하든 잘 보고 잘 느끼고 잘 상상하기를 바란다. 마음속에 꼭꼭 잘 저장하기를 바란다. 인생의 좋은 밑거름이 되어 삶의 적절한 시기에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보낼 것을 다짐하며 두 번째 제주 라이프를 시작한다.
우리들의 한라산 이야기
한여름에 한라산 등반을 할 수는 없고 드라이브 코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아이들도 좋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에 보인 고불고불한 길을 보더니 둘째 아이가 "와~~~! 지렁이 길이다~!"라고 한다. 그 말이 참 재미있다. 첫째 아이가 멀미가 좀 있었지만 무사히 1100 고지 휴게소에 도착한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백록이가 참 예쁘다. 휴게소에서 간식 먹고 한라산 배경으로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본다. 1100 고지 습지 탐방로를 산책하고, 기당 미술관으로 이동한다. 차로 이동하는 사이 쌔근쌔근 낮잠을 자는 아이 귀엽고, 도착해서 엄마 힘들까 봐 동생 업어주는 오빠가 듬직하다.(너희들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
미슬관에서 작품들 쭉 둘어보는데 한라산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미술관의 아트라운지에서는 한라산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라산과 서귀포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야호~~~!
아이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라산을 그린다. 각자의 개성대로 느낌 있게 그린다. 작품의 제목은 제주도 창조, 한라산, 백록담. 아이들이 각자의 자유시간을 즐긴다.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갖으며, 한편에 비치된 제주도 관련 책들을 꺼내어 읽는다.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이란 글귀가 잔잔하게 들어온다. 한라산을 바라보며, 나의 하루(우리의 하루)는 어땠는지 돌아본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 엄마는 해녀입니다 <고희영 글, 에바 알머슨 그림> 中
서바이벌 물총놀이와 함께한 제주 피크닉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개최된 어린이 물총 축제. 한여름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일정을 계획한다. 도착해서 광장 가운데 있는 나무 그늘아래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 플리마켓도 오픈 준비 중이다. 피크닉 온 기분이다. '제주에서 피크닉이라니...' 신선한 경험이다.
물총 놀이 시작이다.
"우와와~~~"
"우르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 서바이벌 물총싸움 청백전, 물총놀이 2번, 악당과 포즈 인증사진, 플리마켓 체험의 미션을 완성하면서 주최 측에서 준비한 선물도 받는다. 물총놀이 쉬는 시간에 버스킹 공연이 시작된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조수경과 박정찬> 님의 공연이다. 잔잔한 기타 소리, 청아한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다. 돗자리 펴고 듣는 버스킹,,,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휴가 내고 달려온 아빠와 함께 경마장에서 말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남매. 경마 관람은 난생처음이라며(아빠랑 엄마도 처음이야.^^), 처음이라 더 신기했던 말들의 경주를 즐겁게 관람한다. 렛츠런파크 덕에 새로운 경험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또 좋은 제주의 기운이 쌓아가고 있다.
우리들의 남방큰돌고래 이야기
제주 라이프 중 읽은 <고래나라> 그림책 한 권이 어쩌면 우리를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작가는 말한다. 고래를 본 이후,,,, 제주도는 환상의 섬이 되었고 고래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그 책이 바로 고래나라다'라고 말한다.
<고래나라> 책을 읽은 후 어느 곳에 가면 돌고래를 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를 우연히 보게 된다. 남방큰돌고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은 제주도 어느 지점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다더라.... 는 정보를 듣게 된다.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간 곳은 신도포구. 돌고래를 보기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함께 기다린다.
1시간 이상을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하나둘 씩 떠나고 우리는 10분만 더 기다리다가 가기로 한다. 유람선이 가까이 오다가 다시 돌려서 점점 더 멀어지는 걸 보고, 남편이 유람선 가는 쪽으로 따라가 보자 한다. 신도포구에서 노을해안로 쪽으로 드라이브 중에 길가에 차를 데고 바다를 향해 뭔가를 가리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선 멈춘다. 기쁨의 환호성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마침내 우리도 외친다.
"와~~~~ 우리도 봤다! 돌고래!!!"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봤다는 게 신기하다. 제주 바다에서? 그것도 우연히??(우연을 가장한 기다림이 있었지만...) 미리 계획한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일정을 만들어서 돌고래 스팟을 찾아갔을 뿐인데,,, 정말 봤다. 제주에 사는 남방큰돌고래.
'내 눈앞에서 돌고래를 보다니!'
때마침 점프해주는 돌고래 사진을 재빠르게 카메라에 담아본다.
뜻밖의 선물,
뜻밖의 행운,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은 우리의 제주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고마워~ 남방큰돌고래야~^^
아름다운 섬,
환상의 섬이라 불리는
내가 사는 이 섬엔
또 하나의 세상,
또 하나의 나라,
그들의 나라를 조심스레
세상 속으로 내어 놓습니다.
‘고래나라’
- <고래나라> 작가의 말
인생 첫 배낚시 이야기
인생 첫 배낚시. 배낚시 처음 해보는 3인, 한번 해봤으나 좋은 기억이 아니라는 1인. 어쩌다가 배낚시를 계획한다. 차귀도로 향한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경험과 도전에 설렌다. 가족과 함께하는 이색체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 낚시 왕초보인 우리 가족의 목표는 소박하다.
"제발, 물고기 한 마리만 잡혀라."
"난 세 마리는 잡았으면 좋겠어."
"그래? 그럼 난 두 마리 잡아보겠어~~~ㅎ.ㅎ.ㅎ"
한여름의 배낚시를 즐기기 위한 만만의 준비(구명조끼, 모자, 쿨토시, 장갑, 멀미약)를 하고 간다. 바다 어느 지점에 정박을 하고 선장님이 물고기 잡는 법을 설명해 주신다. 입질이 오면 느낌이 온다고 알려주신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따라서 시작한다. 한치 미끼를 낚싯바늘에 끼우고 낚싯줄을 풀면서 추를 바닷속에 내린다. 입질의 느낌인가? 올려보지만 허탕이다. 어라? 미끼는 사라졌고 물고기는 없다. 한번, 두 번, 세 번째다. 입질의 느낌이 또 온다. 재빨리 낚싯줄을 들어 올린다. 우럭이다.
"야호~~~ 나도 물고기 잡았다."
한 마리, 두 마리, 막 잡힌다. 우리가 잡은 거라기보다는 물고기가 스스로 잡히는 듯하다. 선장님이 물고기가 많이 모인 포인트에 정박을 잘하신 듯하다. 어느새 양동이에 물고기가 가득 채워지고 있다. 신난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난다. 한여름 찬란한 햇볕 아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하는 바닷바람이 참 시원하다.
'내 인생 첫 배낚시! 배낚시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어?^^'
선장님이 우리가 잡은 물고기를 검정봉지에 담아주신다. 식당에 가지고 가니 회 한 접시, 튀김 한 접시, 매운탕으로 푸짐한 한상이 되어 나온다. 꿀맛이다. 인생 첫 배낚시 체험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
제주바다, 배낚시, 차귀도의 아름다운 바다풍경,,,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하는 시원한 바닷바람, 우리가 잡은 물고기로 차려진 회 한상,,,
참 좋다. 다음에 또 와서 하고 싶다.
알면 알수록 사랑하게 되는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제주를 바라본다. 제주도는 2007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10%를 차지한다. 제주도 생성 과정과 한라산, 오름, 용암동굴 등이 전시된 공간을 관람한다.
화산이 빚은 땅, 제주에서 제주 탄생과정을 영상으로 본다. 180년 전 깊은 바닷속에서 마그마 활동으로 용암이 분출되며 육지로 드러났다. 50만 년 전 거듭분출한 용암, 검은오름 등 수많은 오름들이 생성되었다. 수만 년 전 제주 한가운데 강력한 폭발로 한라산이 생성되었다. 5천여 년 전 마지막 화산활동으로 성산일출봉과 송악산이 생성되었다.
"아~하~ 이렇게 제주가 탄생했구나! 신비롭다."
이어서 한라산의 숨소리 공간에서 한라산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을 본다.
신비의 땅, 거문오름 공간에서 거문오름의 지질학적 특징과 제주의 숲, 곶자왈을 본다.
자연의 조화로 이루어진 예술, 용암동굴 공간에서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은 만장굴을 본다.
제주의 오름, 성산일출봉,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 주상절리 등 제주의 자연유산을 재현한 공간에서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한꺼번에 본다. 실물 같은 모형과 영상으로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경험에 적용한다. 아이들이 아직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가봤다 정도에 의의를 두는 듯하다.
"우리 오름 가봤잖아, 성산일출봉도 가봤고."
"어? 주상절리도 가봤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졌잖아요."
"차 타고 가면서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도 지나갔는데?^^"
제주 문화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근처에 있는 돌문화 공원을 찾아간다. 제주민의 삶 속에 녹아있는 돌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이자 생태공원이다. 제주의 탄생설화인 <설문대할머니와 오백장군 이야기>를 들으며 오백장군 전동차를 타고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곳곳을 둘러본다. 덕분에 한여름에도 시원한 돌문화 나들이가 된다. 포인트마다 더 풍성한 제주이야기를 알게 된다. 조금 더 알아가면서 제주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진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유네스코 3관왕이 된 제주!!! 제주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를 조금 더 알게 되어서 기쁘다.
스누피가든에서 피너츠 라이프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유동커피에서 커피 한잔을 테이크 아웃한다. 스누피 가든으로 바로 출발!
작년 여름 한 달 살기 때 좋았던 곳 재방문한다. 이번에도 도슨트 예약으로 오전에는 우리끼리 자유롭게 코스를 즐긴다. 스탬프투어 이벤트 및 스누피 인증샷 이벤트에도 참여한다. 스탬프 덕에 한여름 더위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둘째는 스탬프가 있는 곳으로 알아서 척척 이동한다. 스탬프는 모조리 그녀의 몫이 된다. 정말 더운 여름날이다. 스누피 카페까지 다시 갈 힘이 없어서 스누피 가든 푸드트럭에서 점심을 먹는다.
어느새 마지막 코스에 도착한다. 스탬프 4장 완성~! 피너츠 스토어에서 스누피 기념품(비밀)과 교환한다. 선물 크기보다 미션 성공에 대한 기쁜 마음이 크다.
<피너츠 라이프 팁>
스누피, 찰리 브라운, 그리고 피너츠 친구들에게 일상은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를 가져다줍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날이 구체화되고 새로이 발견한 철학을 서로 공유합니다. 피너츠 코믹 스트립에서 과거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미래의 꿈을 그려보고 여러분의 현재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세요.
피너츠 라이프 팁
작년에 인상 깊었던 문구는,
"행복은 따뜻한 강아지야."
올해의 인상 깊은 문구는,
"너는 다른 대답을 얻게 되지."
새벽 3시에 어떤 생각을 했다면, 다음날 낮에 다시 생각을 해봐. 그러면 다른 대답을 얻게 될 거야.
'어떤 무엇에 대한 어제와 오늘의 생각이 다르다.' ,
'스누피가든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문에 대한 느낌들도 분명 다르다.',
'제주 한 달 살기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느낌들도 분명 다르다.',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자세로 했는지에 따라 다르고',
'환경과 경험에 따라 생각들이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분명 다른 대답을 얻어간다.'
생각에 꼬리를 무는 순간 흥미로워졌다....^_________^
일상의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를 전해주는 스누피, 찰리 브라운, 피너츠 이야기는 다시 봐도 좋다. 1년 전과 지금, 또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가져다준다. 가든 곳곳에 사진 명소가 많다. 스누피와 힘께 인증샷을 찍으며 스누피가든 투어를 마무리한다~^^*
어느덧, 한 달 살기의 끝이 보인다.
한 달 살기의 시작은 일출과 함께였다.
한 달 살기의 마무리는 일몰과 함께 하는 듯하다.
아름다웠던 석양과 노을의 황홀경~
아름답다, 노을~
아름다운 제주 풍경~
넋을 잃고 보게 되는 노을 풍경~
뜰 때와 질 때, 비슷한 색감이지만 느낌이 참 다르다.
찬란함보다 황홀함이 좋았던 시간이다.
아이들도 붉은빛 노을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보는 듯하다. 산책하며 사진도 찍으며 한참을 머물렀다.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났다. 두 번째라서 더 잘하는 것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 어설픈 것도 있었다. 처음은 긴장되는 순간이 많아서 집중을 잘했지만, 두 번째는 한번 해봤으니까,,, 안심을 하다가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진 경우도 있었던 거 같다. 잘한 것도 있고 못 한 것도 있는데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웃음밭이었다. 욕심을 낼 때면 바빠지기도 했지만, 느린 제주의 삶 경험은 다시없을 행복한 기억이다.
모든 것에 있어서 첫 경험은 낯설지만 신기하고 들뜸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첫 설렘은 상당히 오래간다는 것도,
빠름보다는 느림과 잘 어울리는 제주에서, 천천히 보고 생각하고 느낀다.
노을빛을 보며 저 밑에서부터 충만함으로 가득 채워졌던 그 시간을 오롯이 느끼며 그 시간에 머물러본다.
안녕, 제주~
고마워~
이번에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네~
지금 여기, 행복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 함께 걷고 마시며 이야기 나누며 깔깔 대는 것, 평생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는 것, 이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