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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클로버처럼 Mar 25. 2021

멈췄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 들


두근두근.

오늘은 어떤 느낌일까?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다.


아이들이 없는 오전 시간에 운동을 시작하고 문화 강좌나 강의 세미나를 들으러 다녔다. 엄마표 영어나 사교육 없이라는 강좌가 뜨면 열일 제쳐두고 들으러 다녔다. 육아에 활용하고자 팁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관심 있었던 캘리그래피를 배우고자 교회 문화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서예 캘리반을 등록하였다.


새로운 분들을 만나서 열심히 배우고 연습한 지 1달이 지났다. 이 시간은 캘리만 배울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나누는 시간이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만 비슷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글자를 통해 감동을 받은 하루였다. 4주 동안 'ㄱ', 'ㄴ', 'ㄷ', 'ㄹ' 연습하다가 통문장으로 시도한 날이었다.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따라 쓰고 싶은 문장을 불러주니 캘리반 집사님이 샘플을 작성해 주셨다.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며 열심히 샘플을 따라서 연습했다. 집사님이 쓴 글자에는 힘이 있고 내 글자는 너무 가벼웠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번 부모님 용돈 봉투는 나의 손글씨로 써봐야겠다는 도전이 생겼고, 선물에 마음 담아 드리는 여유를 가지게 해 주셔서 감사한 순간이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 23 : 1-2


따라 쓰고 싶은 말씀 구절을 불러드렸더니 집사님께서 또 샘플을 작성해 주셨다. 캘리로 보는 느낌은 새로웠다. 몹시도 고된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내게 생기를 불어넣은 말씀이고 안식처였던 시편을 캘리로 보니 감동이 밀려왔다.





서예 캘리...

먹물과 화선지만으로,,,

오로지 흰색과 검은색으로,,,

글자라는 옷을 입혀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다.


나에게 평안을 주는 말씀과 서예 캘리 글자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 만났다.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던 지난날 들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내겐 특별한 순간이었다. 찾았다. 쉴만한 물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캘리에서 새로운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휴식과 멈춤의 시간 속에서 내 안의 내가 설렘을 느꼈다.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쉼이 없는 공간에서 쉼이 있는 공간으로 스스로 박차고 나온 나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잃어버렸던 여유와 자유를 얻은 느낌이다.


바깥세상이라곤 회사만 알고 있던 나에게 회사 밖 삶은 신선 그 자체였다. 정답 인 줄만 알고 살았던 세계를 벗어나니 다른 답도 보였다. 이 삶도 저 삶도 모두가 정답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눈물 나게 기뻤다. 잠시 멈춰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 더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내 인생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삶은 의미 있는 순간들의 합이라 했던가!

나의 인생에서 쉼표가 주어졌고, 더 많은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야겠다.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더 많은 것은 느끼고 생각하고 나누고 싶다. 만들어진 삶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삶을 살아야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라 본 벚꽃은 유난히도 예쁘고 아름다웠다. 


이 순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을 느꼈다.

이 느낌은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고은 시집 <순간의 꽃>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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