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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Apr 13. 2024

꽃 피우다. Blossom.

지난달까지 운동했던 곳에서는 안내를 해준 적이 없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작년, 3학년까지 대회를 나간 적이 없었다. 딱 한 번 곰돌이 대회인가, 곰두리 대회인가 거기에 나가서 발차기 1등 먹고, 자유형 3명이 출전해서 동메달 따고....  ㅋㅋㅋㅋ


그런데, 올해는 4월 21일에 대회가 하나 있고, 5월 12일부터인가 연간 제일 큰 대회를 앞두고 있다. 다음 주 대회는 충북 도지사배 대회인데, 자유형 100미터를 고등학교 형아 세 명하고 뛴다. ㅠㅠ 즉 자유형 100에 출전하는 남자 초등 선수가 없는데, 나만 멋모르고 그냥 지원한 것이다. 

이제 5월 중순까지는 주말 내내 전국체전 준비하려고 보호자, 선수, 지도자 모두 목숨을 거는 것 같은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다음 주 충북 대회는 신청을 했으나, 아이가 첫 대회인데 고등학교 형아 세 명하고 뛰면 충격 먹을까 봐 안 나가고 싶다고 코치님께 말씀드렸다. 솔직히 다음 주 주말은 좀 쉬고 싶기도 했다. 하루도 안 빠지고 계속 달려와서... 그랬더니 코치님 말씀. 


- 충격요? 그냥 빨리 받는 게 나아요. 여기 있는 애들 다 대회 나가서 충격받은 애들이에요. 


 고등학교 형아들을 쳐다보니 다들 혼잣말하고, 얼굴 계속 문지르면서 뭔가 감각을 느끼고 있다. 우리 혜성이를 보니까 또 삐삐삐삐 하면서 지하철 소리 내고 있고... ㅋㅋㅋ (이 장면이 얼마나 드라마틱하던지!) 


- 지금 제일 큰 대회 전에 100미터 뛰어 볼 마지막 경기인데, 지금 어머님,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스타트 삑 소리도 들어봐야 돼요. 


나, 미치겠네. ㅠㅠ 

당장 다음 주는 청주에 가서 아이 시합을 뛰어야 할 처지다. 수영대회 나가는 것이 이게 엄청 짜증이 나는 것이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딱 몇 시, 남자 초등부 자유형 100미터, 이렇게 정해지지 않는다. 장내 방송을 계속 듣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제일 힘든 것이 나는 아이 운동할 때 일을 하고 싶은데, 엄마들은 이 시간이 돈독한 교제와 정보 교환의 시간이라는 것. 어떻게 그 두세 시간을 술 한잔도 없이(ㅋㅋㅋㅋ) 수다를 떠는지 진짜 신기하다. 오늘도 그냥 늘 그렇듯, 할 일이 있다고 빠져나오긴 했는데 마음은 불안하다. 오늘 처음 본 고등부 엄마는 나에게 다음부터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일러주면서 1인 방석을 빌려주셨다. 이미 운동이니 대회니 거의 6-7년 따라다녀 본 공력이 있다. 

또 다른 초등생 엄마는 보이차를 타 와서 엄마들에게 돌렸다. 이 엄마는 금요일 운동하는 데에서도 함께 운동하는 아이의 엄마인데, 오늘 나한테 실망을 한 모양이다. 다음 주 청주도 같이 내려가야 하는데, 같이 숙소 잡고, 같이 밥도 먹고 다니고, 같이 수영장 들어가서 대회 봤으면 했는데 내가 반응이 뜨뜻미지근해서 말이다. 1박 2일을 잘 모르는 이와 함께 여행하듯 지내는 것은 끔찍하다. 고민이다. 쌍둥이가 모두 자폐라는 이 엄마, 참 밝고 예쁜 엄마인데...  난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그러면 이 엄마도 혼자가 된다. ㅠㅠ 


아 참, 차박 용품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다. 파워뱅크니, 차박 매트니... 혜성이 대회 나가서 대기할 때 진심으로 도움 되는 아이템들이다. 의도치 않게 마련하게 되었다. 

올봄, 초등학교 장애인 수영 서울 대표 문혜성 선수 역영하는 모습 기대해 주시길. 

올해는 영법, 자세 다시 잡는 한 해라서 별 기대는 안 한다. 엄마랑 혜성이랑 내년을 함께 기대를 해봐도 될까. 내년에는 우리 둘 다 blossom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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