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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May 15. 2023

나는 내 아이의 찐팬이다.

여러분은 내 아이의 찐팬이신가요?

(찐)팬의 사전적 의미는 : 운동 경기나 선수 또는 연극, 영화, 음악 따위나 배우, 가수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라고 정의 되어 있다.


나는 아이의 찐팬이다


앞으로 보고 뒤로보고 옆으로 보고 거꾸로 봐도 나는 내 아이의 열혈 팬임이 분명하다.


내가 이렇게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쏟아내니 아이 역시 엄마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자체가 삶의 기쁨이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우리 딸 어서 와 엄마가 너무 네가 오길 고대하고 기다리고 있어"

"오~ 설레는걸?"

"뭐가 설레는데?"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까 설레지 ㅎㅎ"


며칠 전 아이와 통화했던 내용이다.

엄마가 설레어하며 기다리니 아이는 집에 오는 시간이 즐거워진다.


오래전 '기다림 육아' 원고를 작성하며 이런 문구를 적었던 적이 있다. 

아이를 기다리고 존중해 줬던 마음을 언젠가 아이가 알아주고 그 마음을 고스란히 내게 전해줄 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 

거짓말처럼 아이는 사춘기를 경험하며 훌쩍 성장을 했고,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봐주고 엄마가 자신을 기다려줬던 수많은 시간들에 고마운 마음을 내비친다.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고 말이다. 


"엄마는 지니가 걸음마를 하고 나서 네 눈높이에 비친 집안 풍경이 궁금해서 오리걸음으로 집 전체를 걸어 다녀본 적이 있어."  
"왜?"
"네게 보이는 사물과 공간들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거든. 역시나 식탁은 너무 높았고, 까치발을 해도 손이 닿지 않는 불편한 공간투성이라는 걸 몸소 느끼게 됐지. 그래서 거실을 모두 네 눈높이로 세팅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거지."
"와~ 엄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우리 엄마 멋있다."
"그렇게 말해주니 엄마가 너무 기분이 좋네. 사람들은 흔히 상대방을 다 이해하는 것처럼 얘길 하지만 온전히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다 알 수 없는 게 당연하거든. 그때의 내가 한 행동을 엄마는 지금도 스스로 칭찬해^^."
 
- 사춘기 딸과 엄마의 대화 


라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엄마는 기분이 좋아 광대가 절로 승천한다.

아이에게 듣는 칭찬은 그 어떤 선물보다 설레고 나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분명 나 역시 아이의 행동에 불만을 가질 때도 있었고,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며 투지를 활활 태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위해서 시작된 마음이 아닌 내 입맛에 맞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다는 것을.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온전히 아이를 이해하며 바라본 15년이 흐르니 이제는 진정한 찐팬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아이가 웃으면 나도 웃고, 

아이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아이가 아파하면 아이가 힘낼 수 있게 무조건적 응원을 보내는 일에 두 팔 걷어붙이고 직진해 본다.


내가 만약 삐뚤어진 마음으로 사생팬이 됐다면 아이는 내 안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이를 좌지우지하는 최악을 전하는 사람. 

마주하면 절로 기분이 나빠지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아이 곁에 남지 않은 것에 안도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를 부족한 아이로 바라보면
지적이 앞섭니다.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격려하고 응원하게 됩니다.


아이와 대화할 때는 어김없이 나의 목소리는 '솔~'톤으로 바뀐다.

물론 아이가 사춘기의 정점을 보낼 때는 그게 참 쉽지 않았다. 

엄마도 사람이고, 감정을 가진 존재임을 아이에게 내비치며 나도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에 이렇게 목소리를 유지하면 나쁜 말이 나가지 않는다. 

나 스스로 긍정적인 기분을 전달할 수 있는 나만의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신기하게도 유쾌한 기분으로 말을 전하면 나 역시 기분이 좋아지는 선순환이 작용한다.



내가 좋아하는 우상이나 연예인에게 퉁명하게 대할 사람은 없다.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게 기쁨이고 즐거움이 되는 것처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무조건 그의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나는 내 아이의 열렬한 1호 팬이다." 



사춘기를 살아가는 아이의 매일에

기적을 안겨 줄 수많은 순간들을

진심을 다해 응원합니다.


작가 이현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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