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사춘기 아이 부모로 살아남기
내 아이와 나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 생기는 변화
우리는 흔히 이런 이야기를 일상처럼 듣게 된다.
'일은 할만한데 사람 때문에 힘들다.'
'다 좋은데 저 사람 때문에 버틸 수가 없다.'
'모두가 괜찮은데 저 애 때문에 학교가 싫어진다.' 등등
생각보다 우리가 경험하고 마주하게 되는 마음속 상처는 대부분이 인간관계에서 오게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 가장 가까운 가족이 대표적 인간관계라 할 수 있다.
가족이 관계를 맺지 않고 하나로 똘똘 뭉쳐져 '내가 너고, 너는 나다' 하는 식으로 완전히 밀착된 상황이 되면 관계 형성이 될 수가 없다. '관계'라는 것 자체가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소통을 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가 형성되려면 가장 좋은 거리가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거리가 가장 건강한 거리가 됩니다.
아이한테도 손잡아 줄 수 있는 거리.
너무 멀어도 소통이 안되기에 건강한 거리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마치 내 소유물처럼 안고 숨을 못 쉬게 한다면 건강한 관계가 되지 못합니다.
사춘기 아이를, 25살이 넘은 딸을 껴안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건강한 거리는 개인과 개인이 숨 쉴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거리가 건강한 관계입니다. 아무리 나와 가장 친밀하고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도 약 1m 거리가 좋습니다.
- 김미경작가의 강연 중에서
인간관계에서 힘들어지는 것은 타인에 대해 내가 기대하고 생각하고 결정을 낸 뒤에 그 사람이 그대로 따라주기를 바라는 대서 시작된다. 본인 스스로 기대치가 높으니 실망이 클 수밖에 없으니 자꾸만 악순환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위기의 인간관계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사춘기는 어떨까?
사춘기 증상으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이 '독립성'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할 거니까 엄마는 신경 안 써도 돼"
하는 식의 말을 자주 뱉어내는 것은 내 아이가 사춘기에 머물러 있다는 신호이다.
혼자 있고 싶고, 내 방에 문을 닫고 들어가 내 공간을 지켜내려는 것이 그네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엄마는 아이가 자신과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유아기 때 아이가 엄마를 향해 표출했던 '분리불안'의 형태로 고스란히 정반대 입장이 되어 느끼게 된다.
공부하고 있는 아이의 방문을 몰래 열어 살펴본다든지, 자꾸만 들여다보고 "간식 줄까? 물 줄까?" 하는 식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들 역시 아이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존중이 아닌 나 자신의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토록 독립적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하며 양육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서 멀어지는 아이에게 섭섭하고, 아이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이 느껴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자꾸 상처받는 엄마의 모습은 제대로 된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주는 예시라 할 수 있다.
많은 성인들이 인생 최초의 자존감 도둑으로 부모님을 꼽을 정도로 우리 아이들은 자라면서 대부분의 상처를 엄마, 아빠(가족)에게 받고 있다.
내가 내 아이를 위해서 했던 말과 행동이 어쩌면 아이를 숨 막히게 하는 족쇄가 될 수 있고, 너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거리를 둔 것이 또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의 간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춘기 아이들의 특성은 참으로 다양하다.
어느 말 한마디에 감정이 틀어지면 아이가 도끼눈을 뜨기도 하고, 더 이상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가기도 한다. 어떤 날은 괜찮았던 내 말이 어떤 날은 아이의 감정에 파도를 일으키기도 하니 참으로 쉬운 과정은 아니란 생각에는 동감하는 바이다.
어렵고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는 나와 아이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오늘부터 조금씩 나부터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생각하고 대화를 이끌어 가보자.
아이의 자존감 도둑이 아닌 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칭찬 한 마디로, 삶에서 수없이 마주하게 되는 시련 속에서도 단단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빛날 수 있는 내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