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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젤닥 May 01. 2022

가설, 이론, 그리고 법칙

가설이 검증되면 이론이 되는가?

이전 글에서 학위논문에 왜 이론이 필요한지 써 보았다 (사실 브런치의 글들은 내가 관심있었던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가볍게 쓰는 것이라 exhaustive하지도 exclusive하지도 않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방식의 학위논문에는 이론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이론은 가설을 설명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해당 글에선 이론, 가설 등 그 자체에 대한 정의나 설명은 없었고 관계에 대한 설명만 있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선 이론, 가설 등에 대한 정의 등 좀 더 설명을 남기고 사실, 법칙 등의 관련 개념들에 대해서도 함께 정리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론 이런 개념들에 관심이 있고 이해가 깊을 때 학위취득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과정 자체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론은 여러 관련된 폭넓은 현상을 설명하고자 모아 놓은 여러 주장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설명한다는 것은 현상의 원인을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설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가설이 관찰적일 수도 있지만, 과학의 본질이 설명하기 위함임을 생각하면 가설의 의의를 인과적인 관계로 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가설이 다소 개별적인 현상에 대한 설명을 시도함에 비해 이론은 훨씬 복잡하고 넓은 범위를 포괄하기에 그 범위와 기능에 있어 큰 차이가 있으며 (물론 이 차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다소 임의적이지만), 또한 그러한 이유로 한 가설을 엄밀하게 증명했다고 해서 그것이 이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엄밀하게 증명된 하나의 가설이 될 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가설을 많이 모은다고 해서 이론이 되는 것도 아니며, 이론이 반드시 증명되고 검증된 진술들로만 구성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알프레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은 학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는데 수십년이 걸렸다.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등장하면 지속적으로 검증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고 그 이후엔 진화론이나 판구조론같은 설명력을 넘어서 예측력까지 갖춘 이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두 다 이론인 것이다.


법칙은 규칙적으로 혹은 패턴을 가지고 발생하는 자연현상을 요약 혹은 일반화한 진술이다. 즉, 원인을 탐구하는 설명의 과정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관찰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반복되는 현상을 팩트 혹은 사실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법칙은 이를 일반화한 진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찰, 사실 등도 통계적 가설검증 방식을 통해 확정될 수 있겠지만 결국 이는 사물의 근원을 알고자 하는 과학의 목적 수행에는 부족함이 있으며 인과적 가설 혹은 이론의 설명력을 통해 보완되어야만 지식의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즉, 이러한 법칙도 결국은 이론에 의해 설명이 되어야만 과학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된다고 볼 수 있다. 과학이란 결국 우주, 자연, 혹은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석사든 박사든 학위를 취득함에 있어서 그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한 고민을 진학 이전이든 이후든 지속적으로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학위 취득 자체의 기본적인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개인이 어떤 성취를 했든 해당 성취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개념적인 구조를 머리에 남겨 놓을 때, 즉 일반화할 수 있을 때 그 성취의 혜택이 배가 되듯이, 과학의 영역에 있어서 이런 중요한 개념들을 지속적인 적용을 통해 단련해 둔다면 학위 취득을 통해 연구직 혹은 학자의 삶을 살든 또 다른 길을 선택하든 학위 취득을 선택한 비용을 더 큰 만족과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 “Understanding Hypotheses, Predictions, Laws, and Theories” by Peter East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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