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나는 누굴까?
찬밥을 데워 그릇에 담고, 냉장고에서 남은 반찬 몇 가지를 꺼냈다.
조용한 주방, 말없이 퍼지는 된장국 냄새. 습관처럼 상을 차렸다. 누가 보지도 않는데 김치 한 조각도 곧게 눌러 담는다.
혼자 먹는 밥이 이제 익숙하다. 티비도 켜지 않고, 핸드폰도 멀리 둔다. 조용히 앉아 첫 숟가락을 입에 넣었는데, 문득 멈췄다.
‘이걸… 왜 먹지?’
배가 고파서? 살기 위해? 아니면 습관처럼, 리듬처럼. 하지만 그날따라 밥이 입 안에서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하던 씹는 감각과 달리, 밥알 하나하나가 자꾸 말을 거는 듯했다.
‘너는 누구니?’
‘왜 먹니?’
밥이 묻는다. 나는 대답을 못했다.
그동안은 먹는다는 건 그냥 살아가는 일의 일부였다. 밥 먹고, 일하고, 또 밥 먹고.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 차리고, 때로는 아무 맛도 못 느낀 채 삼켰다. 그 하루들이 겹겹이 쌓여 오늘이 됐다.
내가 지금 이 밥을 먹는 이유는 뭘까. 몸을 위해? 마음을 위해? 아니면 그냥, 오늘을 버티기 위해?
생각해보면, 어떤 날은 밥을 먹으며 위로받고 싶었고, 또 어떤 날은 씹는 행위로 분노를 삼켰다. 밥은 늘 내 옆에 있었지만, 내가 왜 먹는지를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았다.
오늘 밥은 조용히 내게 묻는다.
‘너는 누구니?'
나는 그 질문 앞에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직이, 다시 밥을 퍼 올린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 나는 나를 위해 이 밥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