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 언제.

밥 먹자고? 친해지고 싶다는 말인가?

by 그린라이트 박도희


“언제 밥 한번 먹자.”

어쩌다 연락이 닿거나, 오랜만에 마주친 자리에서 자주 오가는 인사다.
가볍고도 익숙한 그 말은 마치 엘리베이터 안의 "날씨 좋네요"처럼
자칫하면 아무 의미 없이 공중에 흩어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나는 다르다.
그 말을 들으면 바로 달력을 꺼낸다.
“이번 주 목요일 어때요?”
“다음 주 화요일 점심 괜찮으세요?”
내가 꺼내는 건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순간 나는 진심으로 ‘밥 한번’이 아니라 ‘당신과 시간을 나누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반가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처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밥은 인사일 수 있다.
하지만 밥은, 결국 친해야 먹는다.

아무리 형식적인 약속이라도, 진짜 밥을 먹는 자리는
속마음이 들킬 수 있는 곳이고,
스마트폰 없이 시선이 마주쳐야 하는 곳이며,
함께 국을 떠먹는 정도의 온기와 거리감이 있어야 가능한 자리다.

그래서 밥 약속은 마음 약속이다.


내가 꺼낸 달력은 시간표가 아니라 애정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언제 밥 한번"이라는 빈말들 속에서
진짜 밥상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밥이지만, 아무 하고나 먹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먹는 밥에서도, 나는 언제나 마음을 담고 싶다.

밥은 생각보다 진지한 것이다.
그릇보다 깊은 이야기, 입맛보다 진한 관계를 담는 그릇이다.


당신과 진짜 밥 한번, 언제 좋으세요?


#식사 #밥 #소통 #친해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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