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보다 더 높은 학위.
“박사야?”
“응, 밥사야.”
석사,박사보다 밥사.
요즘 내 주변에서 자주 오가는 농담이다. 하지만 이 말엔 생각보다 더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석사, 박사. 그 긴 시간 동안 쌓은 노력과 지식은 분명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모든 타이틀보다, 관계 안에서 진심으로 손 내밀고 “밥 한 끼 먹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실제로 밥을 사는 사람에게 우리는 더 쉽게 마음을 연다.
밥사는 사람은 단순히 계산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시간을 내어주고, 함께 앉아 눈을 맞추고, 음식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듣고,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 따뜻한 한 끼엔 학위도, 타이틀도, 논문도 담기지 않는다. 대신 진심과 애정이 가득 담긴다. 그 진심이 우리 사이의 온도를 조절하고, 거리를 줄이고, 신뢰를 만든다.
나는 어떤 자리에서든 ‘밥사’를 기억한다. 첫 직장에서 날 처음 밥 사준 선배. 말없이 점심값을 계산하고 “다음엔 네가 사면 돼”라며 웃던 그 눈빛. 논문보다 훨씬 무게감 있는 그 한 끼의 울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때론 밥 한 끼가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위로가 필요할 때, 용기가 필요할 때, 누군가 “밥 먹자” 한마디 건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밥 한 끼는 마음속 어딘가에 ‘언젠가 나도 밥 사야지’라는 작은 약속으로 남는다.
석사, 박사라는 이름은 학교에서 주지만, ‘밥사’라는 타이틀은 사람 사이에서만 주어진다. 그것도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 먼저 손 내미는 사람, 말보다 따뜻한 식사를 건네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학위.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밥사를 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누구에게 ‘밥사’ 받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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