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주영 Dec 17. 2023

한두 걸음 너머의 세계

새벽에 눈이 떠졌을 때,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단순한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고민했다.

발코니로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밖으로 나가봤자 어두워서 보이는 게 없을 텐데.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는 방에서도 들리는데, 바다에 놀러 온 느낌은 이대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데, 굳이 나가야 할까.

딱 한두 걸음이었다.

거실에서 발코니로 걸음을 옮기는 데까지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두고 왜 그렇게 주저했을까.

잠에서 흘러나온 나른함과 귀찮음을 꾸욱 삼키고 밖으로 나갔을 때 펼쳐졌던 풍경은, ‘새로운 세계’였다.

캄캄한 밤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언젠가 하와이에서 화산의 용암을 보러 가던 길에도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늘에 별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감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잊고 있었을까.

그 밤은 카메라로 아무것도 찍지 않았다.

발코니에 혼자 서서 온몸으로 오롯이 그 별빛을 받아냈다.

딱 한두 걸음이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기까지는.

작가의 이전글 퇴근길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