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떠졌을 때,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단순한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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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했다.
발코니로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밖으로 나가봤자 어두워서 보이는 게 없을 텐데.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는 방에서도 들리는데, 바다에 놀러 온 느낌은 이대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데, 굳이 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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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두 걸음이었다.
거실에서 발코니로 걸음을 옮기는 데까지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두고 왜 그렇게 주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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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흘러나온 나른함과 귀찮음을 꾸욱 삼키고 밖으로 나갔을 때 펼쳐졌던 풍경은, ‘새로운 세계’였다.
캄캄한 밤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언젠가 하와이에서 화산의 용암을 보러 가던 길에도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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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별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감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잊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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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은 카메라로 아무것도 찍지 않았다.
발코니에 혼자 서서 온몸으로 오롯이 그 별빛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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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두 걸음이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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