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단상
국회에서 제출을 요구한 자료가 있었다.
간단한 내용으로 정리해서 제출했다.
관련 추가자료를 대면설명하라는 요구가 재차 있었다.
정부부처 주무과장이 대책회의를 하자고 했다.
자료요구 이유는 무엇일까?
국정감사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장관에겐 언제 어떻게 보고해야 할까?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회의에서 논조를 정한 후에 국회에 방문했다.
대면설명을 하면서 자료요구 이유를 물어봤다.
선임비서관의 답변은 단순했다.
우연히 우리의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자신이 정리하는 사건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란다.
수집한 관련 자료를 서로 공유하기로 했다.
예측하고 준비하는 태도가 늘 필요하진 않은 듯하다.
핫이슈를 다루고 있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단 십 분 만에 국회 대면설명을 마쳤다.
때론 단순히 생각하고 결정할 필요도 있다.
상대방의 의중을 모른 채
미리 상상력을 발휘해서 문제의식을 부풀리고
그에 대비하는 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다.
외무장관을 지낸 어떤 이도 유사한 얘길 했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미리 그 사람이 할 말을 상상해서
대비하는 건 과도한 시간 낭비였다.
내가 생각한 대로 상대방이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