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사람TYPE_폴댄스
폴댄스를 시작한 지 3개월
마치 '썸 타는' 것처럼 폴댄스와 가까워지는 중이다. 선생님과의 첫 상담(체험) 때 '괜찮겠는걸?' 하는 마음에 시작했고, 1개월 정도 되었을 때 긴가민가 하면서 내 몸을 폴에 적응시켜 나갔다. 3개월쯤 되니 어느 정도 폴과 친해지면서 욕심이 마구 자라난다. 내 눈 앞에서 날아다니는 숙련자들의 모습을 보니 묘오오한 감정이 일어나기도 하고. 내가 저렇게 폴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은 감히 상상도 안되고, 나는 언제쯤 그런 동작이 가능할지 어림잡아 계산도 안 잡히지만, 일단 계속해야겠다는, 이 운동은 나랑 맞는 운동이라는 가벼운 확신이 들고 있다.
폴댄스를 갓 시작한 왕초초초보는 폴에 올라 가만히 동작을 취하는 것도 처음엔 낯설었다. 안정감이 있어야 폴에 올라가서 팔을 허리 뒤로 돌려 감거나, 다리를 앞으로 걸었다가 뒤로 거는 등 동작을 바꿀 수 있을 텐데, 일단 안정감이 부족했다. 분명히 폴에 다리를 건다고 걸었지만, 폴 위에서 팔 위치나 다리 위치를 바꾸어 움직임을 주려고 하면 슬슬슬슬 바닥으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1개월, 2개월, 3개월 정도 지나고, 왕초초보쯤 되는 지금은 그래도 폴을 오르고 올라, 내 키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폴을 탈 수 있게 되었고, 회전하면서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속도 조절이나 우아하고 예쁜 모습을 만들어 내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 쓸 여유는 없지만. 어딘가 어설프고 조금 불안정하기는 해도, 분명 폴에서의 움직임이 늘어가고 있고, 힘이 붙고 있다.
할수록 느는 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몸과 마음이 함께 변해 간다.
성취감, 보람이 따라오는
폴댄스
내가 조금만 신경을 쓰고 시간을 투자하면 폴댄스는 비교적 쉽고 빠르게 결과물을 보여 준다. 물론 나에게 맞는 좋은 선생님의 영향도 굉장히 크지만. 다른 일들과 비교해보면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기업 채용이나 승진, 불확실한 시험 등에서 결과를 얻는다는 건 확률이 너무나 낮다. 그리고 몇 개월 만에 성취감을 쥐어줄 만큼 그것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론 결과물을 아예 쥐어주지 않을 때도 있고. 너무 많은 요소나 환경이 얽혀서, 복잡하고 피곤하고 나를 작아지게 하는 일이 다반사인 것들.
하지만 폴댄스는, 그냥 내가 잘하면 된다. 나의 몸과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이 곧 결과물이다. 누군가의 입김, 라인, 운 등 다른 요소가 끼어들 틈이 없이 단순하다.
나에게 집중된다는 것
게다가 늘지 않더라도, 상관이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내가 좀 몸치여도, 실력이 더디게 늘거나 아무리 해도 동작이 예쁘지 않아도,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충분히 좋은 운동이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3개월로 부족하면 6개월, 1년 동안 조금 더디게 늘면 되는 거니까.
물론 빨리 늘면 재미를 느낄 확률이 더 높아지긴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지치지 않고 즐길 수만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조금씩 늘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니, 더 욕심이 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아, 내가 열심히 하면 성취감을 얻을 수 있구나'
'폴댄스는 나에게 야박하게 굴지 않고, 성취감을 맛보게 해 주는구나'
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폴댄스 덕분에 내 삶이 조금 더 행복하고 버틸만한 것이 되어간다. 이런 대상이 더 더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욕심도 함께 자라나고.
대문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