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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킴 Mar 20. 2023

일상 속 섭동

오랜만에 쓰는 일기



섭동이란 행성이 외부에 의한 영향으로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천체용어이다.

역사는 시간을 거쳐 크고 작은 섭동의 영향을 통해 발전해 왔다. 

나 또한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삶의 태도를 중심으로 내 작업은 크고 작은 외부의 영향과 영감을 통해

여기까지 작업을 발전시켜 왔다. 


 1.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유연하게 외부의 영향을 받아들이고 삶을 탐구하는 자세를 가질 것.


밤하늘을 보다 보면 백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는 별과 행성이 있는가 하면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혜성을 마주하기도 한다. 우주는 드넓고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정의를 가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인류는 끝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우주를 탐구하고 심미 하는 걸까?

예술가의 관점으로 우주는 참으로 많은 영감을 가져다준다. 가만히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기도 때로는 복잡한 생각을 잊게 해주기도 한다. 이제는 천체를 관람하는 취미가 편해져서인지 밤하늘의 별을 보고 위치만으로 '아 시리우스가 아직 떠있네' 또는 '금성이 빛나네, 목성이 예쁘네' 등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누군가 또한 과거에 들여다보았을 별을 보고 있자면 내 작업도 누군가 100년이 지나도 들여다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한편에 남아있다. 더 좋은 작업을 해야지. 하는 동기를 우주에게서 얻는다. 


삶과 작품을 대하는 나의 무게 중심이 내면 특정한 곳에 고정되어 있으면 안정적이긴 하지만 유연하게 발전하는 자세를 가지긴 힘들기에 작품에 대해 생각을 할 때면 너무 특정한 주제나 모양에 엄격하게 얽매이지 않으려 나의 궤도를 섭동하여 변화와 발전을 꾀한다. 어제는 미디어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인물 스케치를 오늘은 하늘이 예뻐 그 색을 배경에 입히기도 한다. 외부의 영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모해 나아가는 삶과 작품들은 모두 제자리걸음이 아닌 빠르게 섭동의 시대를 지나가는 중이다. 





언젠가 어떤 음악가의 인터뷰를 접하게 되었다.

Q. 재즈도 점점 전자 음악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저는 그저 순간적이고 기믹같은 요소 이상의 의미는 없다 생각해요. 누군가 새롭게 '일렉트로닉'스러운 기술을 사용해서 앨범을 낼 수 있지만 그 음악이 전자 음악인지 어쿠스틱인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음악을 하고 있는 연주자의 마음이고 이것이야말로 음악을 좋고, 오래 남게 하는 원동력이죠. 그러니 요즘 등장하는 전자음악적 요소들은 새로운 악기나 녹음 기술이 등장하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고 결국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연주자의 마음과 재능인 거죠. - (빌에반스)




작품을 그릴 때면 내 일상과 삶의 태도를 중심으로 동시대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미디어와 문화의 영향, 그리고 내가 지낸 시간 속 일상의 관점들을 크게 네 가지인 집, 인물, 튤립, 메모로 풀어내고 있다. 이 주제들은 내 세계관에 직접적으로 영감을 주는 동시에 크고 작은 영향들로 끊임없이 변모를 하라 자극한다. 그렇기에 작품들은 내가 살아가는 일상을 표출하는 동시에 삶이란 무엇이고 작가는 개인의 역사를 넘어서 어떠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변화들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즐겨보던 민화집을 넘어 서예 책도 조금씩 들여다보고 있는데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해왔던 나에게 한국인, 동양의 옛 정체성을 되찾는 느낌이라 작품 스케치를 종종 하고 있다. 텍스트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한자는 다양한 뜻과 해석을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기에 내면의 상황과 마음을 이야기하기에 좋고 영문은 직설적이라 그때그때 말과 단어가 주는 에너지가 힘차 삶의 긍정적 원동력을 주기에 좋다.




花發多風雨, 人生足別離 (화발다풍우인생족별리) : 꽃이 만발하면 비바람도 많고 인생에는 이별도 많더라




2. 봄과 고가구.

이번 3월에 전시한 <The beginning of Spring>에서는 

실존하는 이미지와 실존하지 않는 이상의 튤립 이미지를 생산하여 보는 이에게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이끌어내려 하였다. 실존하는 집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튤립을 동시에 배치해 봄과 이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작업을 하면서도 너무 튤립의 이미지가 반복되어 보이면 어쩌나? 했지만 튤립 전시를 개인전으로 선보이는 것은 한국에서 처음이고 같은 모양의 튤립은 더더욱이 그리지 않으니 무난하게 지나갔던 전시 같다.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이에 몇 번의 글을 작성하려 했으나 손 끝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어딘가에 붕 떠서 민들레 홀씨처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아무 곳도 정착 못하고 먼지가 되어가는 마음이었다. 나는 봄이라는 계절에 특히나 취약하다. 최근 2년 동안 나의 봄은 없었기에 올해의 봄을 더욱이 즐기고자 마음을 먹었다. 좋아하는 글도 쓰고 라디오도 듣고 햇살도 마음껏 즐기고 걸어야지.




뒤주와 토템들


봄의 기억은 특히나 그렇다. 따뜻한 녹차를 마시고 싶고 곁에는 좋아하는 비스킷 초콜릿을 곁들여 시간을 음미하고 싶다. 얼마 전 친한 작가님에게서 옛 뒤주를 받아왔다. 작가님의 전시 작품에 사용된 가구였다. 집에 조심히 옮겨와 좋아하는 인형들을 가득 올려놓았다. 원래는 쌀을 넣는 가구라는데 나는 집에서 거의 밥을 해 먹지 않으니 쌀을 넣을 필요가 없고, 방안의 장식대로 사용한다. 뒤주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귀엽다. 아담한 책상 사이즈에 살짝의 어두운 체리빛을 띄우는데 모서리는 어찌나 작고 화려한지 마음에 든다. 모서리에 금속 국화 각인과 경첩 부분을 특히 좋아한다. 국화는 특히 옛 선비들이 사랑한 꽃으로 절개와 정직성을 의미한다. 한국의 가구들은 대체로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검소한 생활을 철학으로 삼았기에 최대한 화려하지 않게 만들었다. 다만 크고 작은 장식을 들여다보면 붕어 자물쇠나 한자, 악귀를 쫓고 수복을 염원하는 주술적 관념이 가득하다. 동양 철학에서 유래된 음양무늬, 행운, 다복, 다남, 장수 등을 의미하는 기하학무늬들은 집안 곳곳에서 나름의 주술적 부적의 역할을 한다. 내가 한국의 고가구를 사랑하는 이유다. 




워낙 토템처럼 의미가 있는 것을 좋아하니 인형도 가구도 그렇게 사게 된다. 젊은 현대인들의 주거 소비의 아이콘인 이케아 제품을 작품 속에 넣는 것도, 종종 생활 가구를 작품 속에 등장시켜 취향과 장식의 주술적 의미를 통해 염원과 소망을 표현하는 것도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나에게 있어서 이런 크고 작은 것들이 나의 삶을 잘 돌봐주고 있다는 신()인 동시에 과거와 현재를 나타내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방안을 사진 찍고 가상의 인물이나 가구를 배치하여 실존하는 것과 아닌 것을 혼합하여 작업을 한다. 이 또한 존재의 이중성을 띄운다. 

'모든 것을 초월하여 더해진 이중성은 하나라는 의미가 된다. 하나를 여러 관점의 시선에서 봤을 때의 사물은 다르게 보인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하게 보는 시각을 이중성이라 정의한다' 밝음과 어두움의 이중성을 '빛'이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듯이 작품 속 이케아 가구와 고가구가 공존하는 이중성, 실제로 보았던 하늘과 존재하지 않는 튤립을 그려내는 것. 실존하는 배경과 실존하지 않는 인물의 공존 등. 이러한 이중성들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정신이라는 단어로 나타내면 좋을 것 같다. 불협화음 같은.  매 순간 모든 작품을 그릴때면 의미 없는 작업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별 의미가 없어보이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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