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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킴 Apr 13. 2023

사랑이 살린다

'Lieben Belebt'

작품에 등장하는 책 제목은 ‘Lieben Belebt’.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사람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 했다. 괴테가 죽기 2년 전 했던 말처럼 인생이란 것은 결국 ‘Lieben Belebt’ 사랑이 살린다. 이는 곧 일상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조각들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용기가 되어준다는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패드로 작업 후 프린트 후에 작업실에 가져와 유심히 보다 보면 때로 마음에 안 들어 아크릴이나 과슈를 가지고 수정을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작업이 마음에 안 들면 과감하게 캔버스를 오려 전부 재활용하는 작업을 한다. 캔버스 천을 글씨로 오려 작업하기도 하고 애초에 캔버스 위 글씨를 프린트하기도 한다. 가위와 세세한 칼로 열심히 자르고 오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다이어리를 꾸미듯이 캔버스 위 콜라주 장식 작업을 할 수 있는 텍스트 재료들이 생긴다. 콜라주는 뉴욕 유학시절부터 즐겨하던 작업인데, 전에 페이퍼에 적용을 했다면 요즈음은 캔버스에 적용시켜 창작물을 만든다. 무언가 꾸미는 것 자체가 하나의 MZ문화가 되어버려서 남들이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할 때 난 작업실에서 조용히 캔꾸를 한다. 캔버스를 오리고 다시 젯소를 칠하고 컬러를 바르는 과정들은 꽤나 번거롭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재활용한다는 점이 eco-friendly 하고 행위 자체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다 보니 반복되는 작업에 스스로 힐링하는 기분도 들고 또 어떤 작업에 적용될지 모르지만 미래의 밑작업을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라 바쁘지 않은 느긋한 때에 여유를 가지고 취미처럼 하고 있다.





텍스트들은 주로 삶에서 영감을 받은 책 속 글귀나 노래가사, 웹서핑에서 만난 밈, 애니메이션 또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한 글 같은 미디어나 상업 이미지들의 텍스트를 활용한다.



때로는 백장의 그림보다 한 문장이 오랫동안 마음을 떠나지 못하고 울리기도 한다. 그 반대가 있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중 이 작업에 쓰인 'Sometimes Even to Live is an Act of Courage'은 2년 전부터 마음속에 항상 가지고 다닌 글귀 중 하나이다.




한참 많이 아팠을 때 같은 타입으로 먼저 씩씩하게 투병하는 분이 계셨다. 그분이 더욱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완치하셔서 건강해진 모습으로 계속 삶을 나아가시길, 내 투병의 멋진 본보기가 되어 주기를 기도하고 속으로 많이 바라며 이 글귀를 되뇌었다. 안타깝게도 지금 그분은 더 이상 이 땅에 계시지 않는다. 이 슬픔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누군가에겐 내 존재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용기가 될 수 있고, 고통과 힘든 나날들이 일상이 되어 살아가는 삶을 버리지 않는 행동 또한 용기라는 생각을 하며 일상의 조각들을 모으며 나아간다. 우리 각각의 살아있는 존재는 누군가에겐 큰 위안과 용기가 된다. 다만 눈치채지 못했을 뿐.. 보통 삶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오늘도 힘든 일상의 연속이었다면 그 삶을 살아내는 용기를 응원한다. 내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Quote by Lucius Annaeus Seneca : “Sometimes even to live is an act of courage.”



작품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이 작은 철학은, 삶이란 일상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조각들을 진주알 하나씩 꿰듯이 모으며 목걸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작업을 할 때는 지난 시간들의 사진들을 뒤적이며 레퍼런스를 찾고는 하는데, 본 사진은 지난 3월에 선물 받은 꽃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 꽃은 국화 종류로 3월에 피는 ‘거베라’인데 이런 꽃들은 그 특정 계절에만 피우기에 만개했던 당시의 계절을 알 수 있게 하는 시간적 단서로 작용한다.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는 공통된 의미는 ‘당신을 응원하고 있어'라는 따뜻한 마음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기에 꽃을 받으면 주로 사진으로 오래오래 기억을 간직한다.




다시 되뇌게 되는 애지욕기생(愛之欲基生).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기 바라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81살의 괴테가 죽기 전 2년 전에 남긴 문장. “Lieben belebt” 사랑이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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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4/19 ⟨Between: Image & Text⟩


Online Auction
2023.4.19(수) 14:00 KST 순차마감
www.seoulauction.com


Opening on Online
2023.4.13(목)~4.19(수)


Exhibition Preview

2023.4.14(금)~4.18(화)
10am~7pm
서울옥션 강남센터 B1(강남구 언주로 864)


Lot. 1

모모킴 Momo Kim | b.1992

Sometimes Even to Live is an Act of Courage


https://www.seoulauction.com/auction/online/7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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