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끝의 책방

by 오승현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제주 하도리에 책방을 열어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한없이 길을 걷고


좋아하는 책을 큐레이션하고

지친 이들에게 소박한 요리를 내어 주고

낯선 이들을 환대하는


주말이면 예배를 드리는

그런 교회 겸 책방,

책방 겸 교회를 꿈꾸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책방을 열기엔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그렇게 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속에서

은비, 은율, 은우

세 아이가 태어났다.


이제 나에게

책방이라는 꿈은

희미한 안개처럼

멀리 있는 기억이 되어 버렸다.


서른 살의 나는

제주도에 책방을 차리겠다고

섬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가장 조용하고

가장 저렴했던

하도리 바닷가의

작은 돌담집 하나를

마음속에 두었다.


그 돌담집은

지금도 남아 있을까.


누군가의 웃음이 가득한 집이 되었을까.

관광객이 드나드는 카페가 되었을까.

아니면 조용히 바람만 맞고 있을까.


그곳에 두고 온

나의 청춘은

지금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결혼 후

백일 된 딸 은비를 데리고

서귀포로 내려갔다.


주중에 일을 마치면

바닷가로, 오름으로, 카페로

제주 곳곳의 책방으로

우리는 걸어 다녔다.


어린 은비를 안고 걷던

젊은 아내와 나는

지금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강하솔의 노래

〈하도리 가는 길〉을 듣는다.


“하도리 가는 길

따뜻한 밝은 햇살

하얗게 곱게 핀 억새 웃고 있네

지금쯤 철새들은

호수 위를 날까

생각에 잠겨 가던 길을 멈춰 보네

언젠가 이 길 역시

우리의 추억이지

지금 나는 이 길을 가

어릴 나와 함께

하도리 멈춰서

뒤를 보네”


서귀포 동홍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하도리까지 달려가던

나의 청춘의 시간.


하도리에 있는

성곽 별방진.


폐허처럼 서 있는

성곽을 보며

괜히 울적해지던 날도 있었다.


철새 도래지의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던 날도 있었다.


종달리 마을 길을 따라

하늘색과 분홍색 수국 사이를 지나

〈소심한 책방〉에 들러

아내와 함께 책을 고르던 시간.


서른 살의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책방이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책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도

나는 책방을 생각한다.


그리고 문득

하도리의 바닷가를 떠올린다.


그곳에는

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바다 끝이 있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