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봄이를 타고, 첫 번째 책을 건넨 날
3월이 되자, 죽은 것처럼 보였던 마른 나뭇가지에 아름다운 생명의 꽃이 피었습니다. 그렇게 겨울을 지나 희망이라는 봄이 또 찾아왔습니다. 추운 겨울 나뭇가지처럼 지친 마음에 책 한 권 선물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시집 한 권을 샀습니다. 이 시집을 누구에게 줄지 고민하며 잠시 기도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건네는 책은 이해인 작가님의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입니다. 얼마 전 저의 브런치북 <순례자의 책장>에서 딸아이에게 소개한 시집입니다.
아내가 그동안 책방 소원을 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전거로 꿈을 펼쳐 보라고 큰맘 먹고 자전거를 사줬습니다. 자전거 이름을 봄이로 지었습니다. 봄처럼 지친 영혼에 생명을 주는 초록초록 자전거 봄이라고요.
자전거를 타고 동네 민락천 한 바퀴 돌았습니다. 오른쪽 다리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언덕을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려 절뚝거리며 올라갔습니다.
저녁에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다리에 쥐가 났습니다. 아내가 한참 동안 다리를 주물러 주자 그제야 다리에 긴장이 풀렸습니다.
책상에 앉아 누구에게 시집을 줄까 고민하다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우울증이라는 감기 앞에서 자신을 심하게 자책하던 당신. 그때 저는 한 참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그건 감기 같은 거예요.”
그 말이 당신에게는 큰 위로였다고 했지요. 그 이후 당신은 상담을 받고, 다시 조금씩 힘을 내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의 작은 말 한마디가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자신을 살리는 그 말 한마디 하는 사람을 기다렸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날 저녁, 책상 위에 놓인 이 시집을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이 시집의 주인을 당신으로 정했습니다. 자전거에 시집을 싣고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시집을 조심스럽게 당신에게 건넸습니다. 당신이라는 꽃에 다시 생명력 넘치는 기쁨이 돌아오기를, 이 시집의 문장들이 당신의 지친 영혼에 작은 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6. 3. 27 개나리가 피어나는 민락천에서
SLOWBOOKS
: Stories on the Road
봄이를 타고, 첫 번째 책을 건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