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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Mar 21. 2024

굿모닝 상하이

송도국제도시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고, 인천 앞바다와 서해의 하늘은 깊고 푸른 새벽빛입니다. 인천대교에

올라섭니다. 다리는 굽이굽이 휘어져 날아오르는 용을 닮았습니다. 여의주를 찾은 걸까요. 파랑새를 만난 걸까요.




수출역군 아저씨, 중국출장 갑니다. 코로나 삼 년을 꼼짝 못 했고 약 일 년간의 준비를 거쳐 이제야 출장길에 오릅니다. 이젠 좀 슬슬 놀러 다녀야 할 텐데 말이죠. 제품 카탈로그 잔뜩 든 가방이 무겁습니다. 좋은 소식 기다린다는 사장님의 미소는 더더욱 무섭습니다.


2박 3일 짧은 여정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중국행의 감회가 깊습니다. 7~ 8년 전 <사드>라는 복병을 만나, 현지에서 진행하던 사업을 모두 접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 혹독한 겨울을 잊지 못합니다. 두 손은 빈손, 두 어깨에는

큰 빚만 잔뜩 지고 인천대교를 허허롭게 넘어서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너 얼굴이 왜 이래? 이 겨울에 어찌 이리 새카맣게 탔어. 베트콩 같구나. 고생 많았다. 너무 걱정말자. 다시 살아갈 길이 있을 거다."

이 말씀만 하시고 저를 받아주시며, 뒤돌아 눈물 훔치신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큰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절치부심. 와신상담.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았던 지난 시절과  야트막히 쌓아 올린 문장의 언덕에 감사하며, 주어진 시간에 그저 최선을 다하자는 담담한 마음입니다.


방구석은 말 많은 호섭 씨에게 맡기고, 소년은 함께 갑니다. 이 길 위에서 어떤 문장들이 다가올지 소년은 오랜만의 여행길에 벌써부터 설레이나 봅니다.


아저씨도 소년도 다시 <도전>입니다.

대한항공 AIRBUS-A330 곧 출격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글벗님들,

그간에도 건강하소서.



#인천대교 #인천공항 #중국 #상해 #출장 #걷기 #쓰기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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