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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Mar 24. 2024

굿모닝 인천


짧지만 임팩트 있게 출장길 잘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의 글로벌 무대, 최선을 다해 하얗게 불태웠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습니다. 결과는 신의 뜻입니다.


미세먼지는 유리창으로 거르고 상해의 햇살과 상하이의 달빛, 밤하늘을 넉넉히 담아봅니다. 굽이 굽이 흐르는 유연한 품에서 줄 맞춰 흐르는 화물선은 엔진의 동력이 아닌 강물의 힘에 자신을 온전히 맡긴 듯 세상 급할 거 없다며 고고히 웅변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가 쓸 수 있는 연필이 있으니 세상 감사한 일이구나 독백해 봅니다. 아픈 뒤안길 자꾸 뒤로 걷지 말고, 이제는 그냥 이렇게 담담히 맡겨보렵니다. 오늘의 나에게.


금융가 대로변의 빛나는 빌딩은 자본주의 분칠한 사회주의.

기름에서 방금 건져 올린 듯한 젊은이들은 스타벅스에 와글와글 합니다. 이 모습이 전부가 아닐 터이고, 빠듯한 일정에 상하이 동방명주는 못 가보니, 숙소 근처 동네 사람들의 골목길과 새벽공원에 들어섭니다. (그런 안과 속을 돌아다니길 좋아하지만, 너무 마동석 형님 범죄도시 같은 분위기 싸한 골목이라면 슬쩍 피해야 합니다)


하늘에는 오성홍기 대신 빨래가 휘날리고, 공사장 인력시장의 생계와 생업은 여기도 경건하며, 공원 어머니들의 춤선은 온 세상 어머니들의 따스한 손길처럼 부드럽더군요. 인천 자유공원 우리 동네 어머니들의 에어로빅댄스는 좀 열정적이니 역시 우리는 흥의 민족 다이내믹 코리아입니다.


자줏빛 고리땡. 태극권 어르신은 아름다우며 강한 전사의 모습입니다. 고수의 풍모는 하루아침의 깜짝 변신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연습의 땀에서 비롯되는 힘. 깃털처럼 가벼운 몸에서 무시무시한 장풍이 쏘아질 듯합니다. 준비하시고 쏘시기 전에 공원을 나섭니다.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게, 밥 먹고 자고 일어나 어디선가 무언가 일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밥 먹는 숭고한 순환.

그 일이겠죠?


일엽편주 수출역군 아저씨

무거운 가방 가볍게 비우고

천방지축 까칠발랄 문학소년

길 위의 문장 가득 채우고

인천 송월동 달동네 방구석으로 돌아와

밥 먹습니다.


공항의 강풍과 공원의 햇살, 항구의 어머니들

그리고 말 많은 호섭 씨가 반겨줍니다.


다시 일상입니다.


봄바람 휘날리며

그새 봄이 왔군요.



#중국 #상해 #대한민국 #인천 #컴백홈 #출장보고 #걷기 #쓰기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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