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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Jun 07. 2024

독서는 즐거워

완전한 침묵 속에서 지내본 적이 언제였던가?
'틈'이나 '망설임', '여백'에 관대하지 않은 이들의 대화 속에서 침묵은 얼마나 야위였을까?
만약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현명하다면 그 이유는 '침묵 속 경청'에 있을 것이다.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보라. 침묵에 둘러싸여 얼마나 아름다운지!

 - 박연준 작가 <듣는 사람> P 112


<듣는 사람> 에는 여러 고전 속의 문장들이 나온다. 위의 글은,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속  문장에 대한 박연준 작가의 해석과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막스의 귀한 문장도 문장이지만, 박연준작가의 내공 깊은 해석이나 통찰을 엿보는 재미에 나는 무릎이 아프다. 하도 철썩철썩 쳐대는 통에.


<흐르는 강물처럼> 셀리 리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한 여인의 운명적인 사랑과 출산, 이별과 재회의 인생 드라마가 강물처럼 흐르다 수몰되었다가 다시 흐르는 고고한 서사에 넋이 완전히 빠져버렸다. 너무 놀랍도록 감동해서.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작가의 산문집이다. 스벅에서 일하고?(글 쓰고) 옆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듣고 풀어쓴 위트와 재치, 유머와 해학, 촌철살인에 나는 주름살이 늘었다. 너무 웃어서.


이런 걸 교차 독서라고 하나? 전문 용어는 잘 모르겠다만, 독서는 언제 해도 어떻게 해도  즐겁다.

까까머리 학창 시절에도 좋았고, 흰머리 환갑 시절에도 좋아라 좋아라 한다. 유난히 즐거운 시간이나 계절, 독서법은 따로 없다. 일 년 열두 달. 24*7*365 애니타임 애니웨이 신난다. 큰돈도 안 드니 이 또한 감사하다.




요즘, <듣는 사람>에 감탄하고 <흐르는 강물처럼>에 울먹거렸다가 <스타벅스 일기>로 깔깔 거린다.

회사일은 산더미로 밀려있고, 학교 기말고사가 코 앞인데 이러고 있다.

어쩌자는 것인가? 어찌할 수가 없다.  

도저히 "책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풍덩풍덩 유유자적 헤엄만 치고 있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이야기의 힘과 매력"에 이끌려 타인의 생각과 생애에 하염없이 머문다.

(몰입의 정수! 아, 이런 글을 쓰고 싶은데... 갈 길이 참 멀다.)


새벽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이 즐거움은 오로지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

마땅히,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도 소리 없이 궁금해진다.




어느새, 닭이 울고 새벽이 오니 날이 밝았다.

정신 붙잡고, 정아 (정수리위의 자아)를 둥실 띄워 천정에 붙여본다.

정아가 나를 내려다보니 얼씨구나 "아름답다."

침묵이라는 의자에 앉아서 읽는 자! 듣는 사람!


(좀 재수 없는 말로 들리겠지만)

나는 이렇게, 가끔씩, 정신 못 차리게, 어질어질하게, 아름답다. 

자주 그랬으면 참 좋겠다.


찬 물에 세수하고 출근길에 오른다.

이제, 세상이라는 책을 읽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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