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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Jun 08. 2024

책 읽기 좋은 날

오늘 저녁엔 웬일인지 모기가 없다

귓속의 소음이 없어지니

괜스레 심심하다 오히려 심난하다


후드득 창문 열어보니

투드드득 비 온다


이른 더위와 후드득 톡톡 귀여운 비

한껏 머금은 아스팔트 굽이굽이 골목길

후끈 눅눅하거나 뜨끈 묵묵한 냄새

그런 사람들이 이런 동네들이 있다


개념이 아닌 오래된 관능

조용한 아우성 살짝 어지러운 현기증

익숙한 이 향기마저 정겹다


우우웅

닭장버스 지나면

지친 창문가에 골목길에

초저녁 별빛처럼 다시 피어오른다


비 맞은 아스팔트가 몸으로  내는 향기는

화학보다 가벼운 거리의 맛

최루탄보다 뜨거운 노랫소리

단단히 눌렸다가 오는 비 손 잡고

뭉게뭉게 올라오는 침묵의 표정


잊고 있던 열기 다독이는 냉기

봄과 여름의 건널목

빛바랜 기억은 한 다발 몰아쳐도

거리의 오늘은 도도히 흐른다


향기는 비에 젖지 않으나

장미는 가고 모기는 젖나 보다


오늘 잠은 다 잤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내 청춘 다 갔다


절망과 희망이 온통 뒤섞여도

이 밤에 책 읽자

나와 다시 어깨동무하고



#인천 #방구석 #밤비 #아스팔트 #향기 #걷기 #쓰기 #그리기 #청춘의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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