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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Jul 02. 2024

빗속의 첫 발자국


비 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어둡거나 다크그레이 성향의 우울모드이거나 한없이 가라앉는 블루블랙 침몰모드의 인간은 아닙니다. 길 위의 별을 사랑하고 잎새에 이는 바람을 좋아하며 늦은 오후의 다정한 햇살 또한 애정하는 해맑은 타입에 가까우니,

그저 어떤 세밀한 날씨의 변덕이나 사계절 촘촘한 공기 변화에 괜스레 예민한 낭만자객이거니...

그렇게 보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비가 오면 일단, 차분해집니다. 원래 차분이 과하여 차차분이 일상인 과묵 9단 + 진중모드 녀석이지만, 아무래도 정신머리 없는 일상 속에 놓쳐버린 일들, 흘려버린 마음들, 눈길 주지 못한 문장들을 다소곳이 돌아앉아 챙겨보는 날은 역시 비 오는 날이 제격입니다.


비가 오면 또 하나 행하는 것은 멍 때리기입니다. 사실,

이 때리기는 비가 와서 또는 차분해져서 그런 건 아닙니다. '오늘'이니까 그러는 겁니다. 비가 오는 날이든 맑은 날이든 멍 때리는 순간은 '오늘, 지금, 여기'에 집중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안 그러면 정신없는 일상의 파도에 내가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알지 못하고, 가야 할 항구를 못 찾고 표류지도 모르거든요. 멍이 일상의 쉼표이자 방향을 다시 잡아 주는 화살표라고나 할까요?


"어느 항구로 향하는지 모른다면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 철학자 루카우스 세네카의 말처럼요.

문학소년은 언뜻 보면 허당스러운데 자세히 보면 제법 스마트한 녀석이랍니다.^^


세찬 비가 더 옵니다. 차분하게 멍 때리다가 갑자기 우비 챙겨 입고 밖을 나섭니다. 곰돌이 슬리퍼 신고 나섭니다. 비에 젖어 축축해질 양말보다 뽀드득 맨발을 선택합다. 공원에 가서 걷기도 하고 뻘밭이 된 산책로에서 셀카놀이도 하더니 맛있는 식사도 하며 고즈넉이 낮술도 한잔 합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자유로운 영혼도 시와 때가 있을텐데...

아마도 처음이라 그럴 겁니다.


문학소년의 첫책 <멈춤을 멈추려 합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벗님들께 먼저 인사드리는 날이거든요.

장마시즌을 피해 출간을 서두르자는 출판사 대표님의 조언에 따라 유월 내내 쉼없이 박차를 가했는데, 아뿔싸, 제대로 비와 함께 왔습니다. 차분과 멍 따라서...

기가 막힌 타이밍입니다. 출항은 역시 빗속의 출

낭만 제맛이죠. 그럼요.


모든 처음과 시작이 그러하듯 설렘과 민망이 교차합니다.

소소한 개인의 역사이겠고 미약한 필력이겠지만

심심하니 어느 비 오는 날,

적적하니 비 온 뒤 어느 맑은 날

함께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년의 첫 발자국을 남기는

'오늘'은 분명 좋은 날입니다.

저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날이겠습니다.

벗님들 덕분입니다.


문학소년 올림


* 온라인 서점 링크입니다
https://forestwhale.tistory.com/152


#인천 #자유공원 #차이나타운 #연경 #멈춤을멈추려합니다 #일상에세이 #출항 #자축파티 #걷기 #쓰기 #그리기 #애썼다 #소년아 #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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