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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Oct 20. 2024

중간고사


시월도 중순인데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따갑고 쓰리고 아픕니다 나름 튼실한 팔다리도 동해바다 저리 가라 넓은 가슴도 견고한 생계형 어깨도 멀쩡한데

하필 머리만 아픕니다

마음은 청춘은
뜨겁던 심장에 울컥 대던 염통에 천둥 치던 가슴에
있는가 알았는데

이런.

몰랐습니다
마음은 잔주름 흰 주름 겹겹이 천 겹 논두렁 밭두렁 깊은 골골 뇌 이랑
버리지 못하고 눌어붙은 잔상 진상
아교처럼 납작 접착된 채로 거기에 있던 걸

시월 모기는
어깨 무릎 팔 무릎 팔 놔두고 머리만 뭅니다
정신 차리라고 정답 틀려도 괜찮은 인생이라고 너의 명답을 내면 된다고 꼭꼭 닫은 마음 풀어 열라고 귓속에 대고 제입으로 엥엥엉엉 말합니다 지난 여름 내내 어쩌면 생애 내내 치열하게 그래 왔듯이 제발 가져와서 열라고 열면 모르던 답도 보인다고 고요 속에 외칩니다

시월도 중순인데
머리만 아픕니다
내 삶의 중간고사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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