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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와 나

by 김호섭



서울에서
동인천행 마지막 급행열차를 겨우 탔습니다.
서울에서
괜히 술 한 잔 했거든요

늙은 나이에 더 늙은 엄니와
어떻게든 먹고살려고
서울 가면 무슨 일자리라도 있으려니
그랬겠지요

나이 들어 마주하는 면접은
젊어서 만나는 시련보다 시렸습니다

하기사,
당연합니다
낡은 나를 누가 뽑아 쓰리오

신도림역에서 옥수수는 두 개에 삼천 원
사람들은 예쁜 빵과 젊은 커피 앞에만 줄 서 있습니다

하기사,
당연합니다
늙은 옥수수에게는 아무도 눈길 주지 않지요

가지 말 걸,
나이 많다면 애초에 부르지 말던지
오란다고 냉큼 달려간 내가
자꾸만 하찮아지네요


신도림역에서
두 개에 삼천 원 짜리 옥수수 받아 들고
주머니에 욱여넣습니다

서울에 왔으니 뭐라도 하고 가야죠
서울에 왔는데 그냥 가면
막차에 구겨진 내가
흐리고 낡아진 옥수수가
너무 쓸쓸해서요
자꾸 불쌍해서요

옥수수 두 개 들고
동인천역 4번 출구에서

겨울을 지나갑니다

시린 바람이 붑니다

괜찮습니다
옥수수와 나는
아직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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