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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고향

by 김호섭



봄은 어디 먼 나라에서 한꺼번에 화들짝 오지 않습니다
모르는 듯 스며들 듯 똑똑똑 살포시 노크하듯
틈새 사이에서 문지방 너머
허술한 옆구리 사이로 옵니다

겨우내 멈추지 않는 미세한 떨림은
자신과 세상에 전하는 여린 몸짓은
우리도 모르는 시간 속에서
담장 넘고 베란다 타고 창틀 비집고
어느새 세계를 확장합니다

겨자씨처럼 작은 봄이
겨자나무처럼 의젓한 봄이 되는 과정 앞에는
태초에 단단한 알갱이 겨자씨가 있습니다
봄의 씨앗이 존재합니다

그 겨자씨는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끝내
시가 되고 노래가 되며
봄날의 햇살이 됩니다

어두운 틈새는 봄의 고향입니다
희망은 거기서 태어나고 자랍니다
어디에나 흔한 구석이지만
흔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눈 밝혀 봐야 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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