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논객닷컴 <세상 돌아보기> 이주선 칼럼(2024.12.3)
사람은 잉태 순간부터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야 태어난다. 이 치열한 경쟁은 태어나서도 전 생애에 걸쳐서 피할 수 없다.
경쟁에서는 대개 우열이 드러나고 많은 사람이 승리자가 되기보다는 패배자가 될 확률이 높다. 아무리 적은 수의 학생이 있어도 성적 1등은 한 사람이고, 한 직장에서 CEO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은 하나 또는 기껏해야 몇 사람이다. 이러한 경쟁의 속성상 많은 사람이 경쟁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파산 위험이 없고 정년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며 다른 사람들과 경쟁이 없거나 아주 적은 곳들을 직업으로 선호한다. 이러한 대표적 직장으로 사람들은 의사·변호사 등 일부 전문직이나, 흔히 ‘철밥통’이라 불리어 온 공무원·공기업 직원·교사 등을 꼽는다.
이런 직장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직장의 면면들을 보면 가장 경쟁력이 낮고 아직도 그 독점적 지대(rent)가 다른 곳보다 큰 곳들이다. 이런 직종의 종사자들은 정부의 법이나 규제로 대개 독점이나 카르텔 같은 유형의 구조 속에서 이 지대를 유지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이런 직장이 많을수록 그 사회 전체의 소득수준은 대개 낮다. 왜 많은 훌륭한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장들이 이렇게 경쟁력이 낮고 사회 전체적인 발전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이 될까? 그것은 경쟁의 부재가 창의성과 최선을 다하는 자발적 노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직종 간 비교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나타난다. 한 직장에서 높은 보수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는 것은 많은 직장인의 꿈이다. 그래서 이러한 일자리를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뭉쳐서 보장받으려는 것이 소위 노동조합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이라는 ‘힘’으로 내부적 경쟁을 완화하여 안정적 일자리를 보장받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가능하나, 외부에 경쟁자가 존재하는 한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내부적 경쟁의 부재는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여 경쟁력 약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 기업들이 겪는 위기는 이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진정 성과를 내고 성공하려면 경쟁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우선 자신의 일을 즐겨야 한다. 일하는 목적이 생계 유지일 뿐 즐겁지 않다면 어떻게 창의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겠는가. 그 일이 무엇이든 하는 것이 자신에게 즐거워야 한다. 설사 그 일이 하기 원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지금 그 일을 해야 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 일을 잘되게 만드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동료·상사·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 일해야 한다. 직장이 더 잘되도록 그리고 소비자들을 보다 만족시키려고 일하면, 경쟁에서 승리자가 되는 것은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성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창의적이고 최선을 다해 일해서 최고의 성과와 업적을 낸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경쟁에서 그가 성공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일을 즐기고 남들이 유익하도록 일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직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같은 직급의 동료들 간에도 견해차가 있다. 이러한 의견의 차이는 잘만 수습되면 다양성을 높여서 풍성한 결과를 낸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견해차가 갈등과 대립으로 발전하면 대개 그 결과는 일하는 분위기를 해쳐서 성과를 낮게 만든다. 또 개인적으로도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는 그곳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화합과 협력에 입각한 관계에 비해서 그 성과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성과가 작아지는 것은 결국 내 몫이 작아지는 것으로 귀결되므로 자신을 이러한 갈등과 대립상태에 놓는 것은 우매한 자해행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자해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까?
시작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상사, 윗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부하, 동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동료가 될 수 있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항상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서 힘쓰는 것이다. 즉, 상사의 성공에 최선을 다하는 아랫사람, 동료의 발전에 협력을 아끼지 않는 동료, 아랫사람의 성공에 필요한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 상사가 되는 것이다. 이는 상사를 넘어서고 동료를 제치고 아랫사람을 눌러야 한다는 일상적 경쟁에 관한 관점을 넘어서야만 가능하다.
이런 조직에서의 협력은 시장경쟁에서 소비자에게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의 핵심이다. 직장 내에서 누가 더 구성원 모두에게 유익한 성과를 낼 것인가를 경쟁하는 것은 협력적 경쟁의 전형인 반면, 직장 내에서의 갈등과 대립은 결국 공멸을 자초하는 파괴적 경쟁의 전형이다.
그러므로 직장인 회사나 기관은 이런 협력적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을 선택하는 직장 문화와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 조직의 생존과 성장의 핵심 비결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기술·자연·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증폭되는 시대에도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존망은 여전히 협력적 경쟁을 누가 더 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