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야 방구야
여러분,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이직 제안을 받고 누군가에게 고민 상담을 요청했다가, 잔소리만 잔뜩 들었던 경험. 요즘 애들은 왜 회사에 열심히 다닐 생각을 안 하고, 조금만 힘들면 이직을 생각하느냐며 혼났던 경험. 내 얘기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상대방의 잡다한 걱정거리만 떠안고 온 경험 등등 말예요. 여기에 더해, 나의 진지한 고민을 비웃으며 그런 건 고민 축에도 못 든다는 반응을 마주한 적이 있으실지도 모르겠네요.
나름 큰 맘 먹고 꺼낸 얘기가, 완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 거죠.
"라떼는 말이야~~~"
"연봉만 높으면 그냥 가면 되지 뭘 그렇게 오래 고민해?"
이번에는 커피챗을 요청 받는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 태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커피챗을 망치는 4대 요소가 있거든. 바로,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입니다. 사실 이건 커피챗뿐 아니라 대부분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죠.
만약 회사 후배가 나에게 상담을 요청한다면? 딱 이 네 가지 안 하셔도, 그 커피챗은 절반 이상 성공이에요.
물론 알아요. 인생 선배로서, 먼저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겠어요. 하지만 그 얘기가, 그 시기의 상대방에게 과연 꼭 필요한 말일까요? 그저 내가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 거리는 걸 못 참아서 나오는 말은 아닐지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보통 우리는 누군가 고민을 꺼내면, 무언가 답을 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요.
특히 후배가 물어볼 때, 선배답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죠. 그래서 내가 걸어왔던 길을 반추하며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선택지를 내 식대로 해석해 잘못된 방향성을 주기도 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이 가장 필요로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 '그저 들어주는 것'일 때가 많아요.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생각 정리가 되거든요. 선배로서 멋지게 충고를 하지 않아도, 심지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후배의 고민에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는데도, 상대방은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요.
"와, 너무 감사해요. 오늘 선배님이랑 얘기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명확해진 것 같아요."
상대방과 조금 더 알찬 커피챗 시간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그 입장에서 공감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먼저겠죠. 그 마음이 준비 되었다면, 상대방이 하는 말을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잘 들어줄 경청의 자세가 두번째에요.
마지막은 내 말을 아끼고, 상대방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진짜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질문이 필요해요. 이런 질문에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죠.
"그래서 너는 그 순간에 어떻게 느꼈어?”
"네가 지금 가장 고민되는 건 어떤거야?"
내가 생각하는 정답 대신, 이런 간단한 질문을 건네는 것 만으로도 상대방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거에요. 남에게 답을 구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만의 방향성을 다시 정리하겠죠.
어쩌면 가장 좋은 조언은, 조언을 하지 않는 용기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