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커피챗 - 고독한 직장인

회사에서 친구 만들기는 참 어렵더라고요

by 수풀림

회사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는 거의 매일 그들과 만나고, 밥을 먹고, 회의를 해요. 주말엔 뭐 했는지 안부를 묻고,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공유하고, 이번 승진 대상자를 함께 추측하죠. 가족과는 하루 2-3시간 보기 어려울 때도 많지만, 동료들과는 해가 뜨고 질 때까지 같이 시간을 보내요. 좋던 싫던 말이에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될 법도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인들은 고독함을 호소합니다. 외로운데 말할 곳이 없다거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요. 분명 하루 종일 사람들 사이에 있는데, 정작 내 속 얘기를 꺼낼 자리는 찾기 어려워요. 업무 얘기를 꺼내는 건 쉽지만, 이직을 하고 싶다는 고백은 꽁꽁 숨기게 돼요.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학창시절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친구들과 온갖 고민을 스스럼없이 나눴잖아요. 시험 망친 얘기는 기본이고, 짝사랑하는 친구 얘기, 심지어 부모님이 어제 싸운 얘기까지. 당시에는 작은 일에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도 친구가 옆에 있어 근심과 불안이 훨씬 줄어들었어요. 찐한 우정으로 힘든 입시 생활을 견디기도 했잖아요.

하지만 직장인이 된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어요. 옆자리 동료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닌, 회사 내 경쟁자이기도 해요. 상사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이 아닌,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고요.

학창시절에는 친구의 좋은 소식에 함께 웃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동료의 승진 소식에 마냥 기뻐하긴 어렵더군요.


그래서일까요.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점점 자신의 진짜 마음을 드러내지 않게 돼요. 솔직하게 내 의견을 말했다가 팀장한테 찍힌 경험이 쌓이고, 이직 고민을 털어놨다가 회사에 소문이 나 곤란해진 경우가 생기고, 힘든 개인사를 밝혔다가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더더욱요.

직접 경험이 아닌 간접 경험만으로도 우리는 학습하게 됩니다. 마음속으로 ‘여기까지는 말해도 되지만, 그 이상은 말하면 큰일나겠다'라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그리죠. 그래서 누군가가 요즘 어떠냔 안부인사를 할 때, 그저 인사치레로 '잘 지내요'라고 답하게 되더라고요. 마음 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가득한데도요..

'저 요즘 업무가 저한테 맞지 않아서 너무 힘들어요. 부서 이동 자리가 생기면 지원하고 싶은데, 눈치 보여서 그것도 못 하겠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라고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해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에요. 업무 고민, 진로 고민, 집안 사정 고민 등을 서로 나누며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어 해요. 다만 회사라는 공간에서 그런 인간적인 소통이 쉽지 않을 뿐이에요. 경쟁과 평가, 이해관계와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종종 우리는, 익명의 제3자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해요. 나를 쉽게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진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거죠. 특히나 이직 고민은 민감한 주제라 동료에게 말할 수 없지만, 전혀 다른 회사의 낯선 사람에게는 오히려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거든요.


아마도 이게 커피챗이 존재하는 진짜 이유가 아닌가 싶네요.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공감의 대화를 하는 자리. 만약 회사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내 속마음에 귀기울여주고,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지 않고, 조언과 판단을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이 딱 한 명만 내 옆에 있어도 회사 생활은 훨씬 덜 고독할 거에요. 매일이 버겁더라도, 어디엔가 기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의 무게는 달라지니까요.

만약 이런 동료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그럼 여러분이 그 한 사람이 되어 보세요. 학창시절처럼 계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받아 들이는거에요. 진심을 헤아리고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나요?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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