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누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저 여기서 부서 이동하는 게 나을까요, 그냥 이직하는 게 나을까요?"
"A사에서 오퍼 받았는데, 지금 가는 게 맞을까요?"
"팀장님이라면 제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 것 같아요?"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종류의 질문을 꽤 자주 받는 편이에요. 이직이나 진로 결정의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간절하게 답을 구해요. 저도 이런 경험이 있기에, 성심성의껏 답하려 노력했어요. 그동안 업계 사람들에게 들었던 A사 내부 사정을 알려준다던지, 부서 이동과 이직의 장단점을 비교분석 해준다던지, 이직했던 동료나 저의 경험담을 들려준다던지 등으로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아무리 정성껏 답을 해드려도, 질문하신 분들은 여전히 확신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같은 물음 여러 사람들에게 똑같이 던지, 또 어떤 분들은 타로나 사주 같은 곳에서 운명의 답을 구하시기도 하고요.
왜 우리는 중요한 선택 앞에서 자꾸 ‘남의 의견’을 먼저 찾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불안함 때문일거에요.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진로는 확실하지 않은 것 투성이잖아요. 이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일생일대의 실수가 될까봐 걱정되는 게, 인간의 본성이겠죠. 두번 이유 상대방의 경험을 듣고 싶어서일거에요.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에게 그 길이 어떤지 듣는 건 분명 결정에 도움이 될테니까요. 마지막으로는, 중요한 결정의 책임을 혼자 짊어지기 두려워서일지도 모르겠어요. 누군가의 말에 기대어 선택하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어요.
아무리 많은 사람에게 물어봐도, 결국 내 인생의 정답을 대신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거에요. 30년 경력 현직자에게 물어봐도 그 분은 자신의 경험과 상황으로 이야기해줄 뿐이거든요. 그의 이야기가 나에게 꼭 들어 맞는다는 보장도 없어요.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던 길이, 다른 사람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거에요.
그래서 저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곤 했어요.
‘이 질문의 답은, 사실 이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거 아닐까?’
다만 그 답을 확신하지 못해서, 여러 사람의 말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장인들의 커피챗이 끊기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커피챗을 신청하시는 분들도 아마 어렴풋이 알고 계실거에요.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결국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정답을 들으려고 상담을 요청하기보다는, 내 생각을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들기 위해 조언을 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이 살아온 경험을 듣다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관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조금 더 분명해지기도 하거든요. 그들의 지혜는 내 삶의 답을 바로 주지는 않지만, 내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 해줄 수 있으니까요.
만약 지금 중요한 선택 앞에서 누군가에게 답을 고 있다면, 질문을 한번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이직 할까요, 말까요?”가 아니라 “지금 제 상황에서 어떤 점을 더 고려해보면 좋을까요?” 이렇게 말이죠.
어쩌면 그 순간부터, 답은 남이 아니라 내 안에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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