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커피챗 -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내 맘을 잘 몰라

by 수풀림

AI 시대, 직장인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요즘은 삼삼오오 모였다하면 무조건 AI 얘기가 나와요. ChatGPT가 10분 만에 만든 보고서가 내 것보다 낫다느니, 외주 주던 브로셔 디자인을 이제는 몽땅 AI에게 맡긴다느니 하는 얘기들이죠. 그렇게 AI를 찬양하는 대화를 하다가도, 꼭 끝은 걱정으로 마무리되요.

"얘네가 일 다하면, 우리는 뭐 해먹고 사냐?"

사람보다 더 빠르게 자료를 만들고, 돈도 얼마 안들고, 창의적이고, 무엇보다도 쉬지 않고 일하잖아요. 직원들은 가끔 휴가도 가고 회사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말이에요. 언젠간, 아니 조만간 내 자리가 AI 때문에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모든 직장인이 느끼고 있는 공통된 감정이겠죠.


'시대예보' 시리즈를 쓴 송길영 작가님은 말합니다.

AI 시대, 세상이 바뀌었으니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지만 회사 다니는 것 말고 다른 삶을 경험하지 못한 평범한 직장인들은 반문합니다.

"제가 뭘 하고싶어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회사에서 일하다가 퇴근하면 넷플릭스 보고, 주식 그래프를 기웃거리다 잠드는 게 일상인 하루. 하고싶은 일을 찾는다는 건 가끔 직장인들에게 사치로 느껴져요. 회사 다니는 것만 해도 머리 아프고 피곤한데, 또 다른 일을 찾으라니요. 설령 운 좋게 원래부터 하고 싶은 일이 있었던 사람들일지라도, 이런 의문을 품죠.

"과연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터라 저도 이 질문에 무척 공감해요.

학창시절에는 성적 잘 받는 것이, 직장인이 된 지금은 연봉과 고과가 인생 목표가 되었잖아요.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고 살아온 우리에게 '좋아하는 일'이란 유니콘 같은 존재에요. 가끔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지만, 나와는 먼 얘기 같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께 저는 우선 이런 말씀을 드리곤 해요.

"좋아하는 일이 꼭 잘하는 일일 필요는 없어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분리해서 생각해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결부시켜요.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달라요. 잘하는 것은 '남과 비교해서 잘 하는'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좋아하는 것은 그 어떤 조건도 필요치 않아요. 남이 시키지 않아도, 돈이 안되도, 내가 순수하게 즐기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되요. 그 자체가 나에게 큰 기쁨인거죠.


"게임이나 운동은 좋아하는데, 이것도 좋아하는 일에 해당되나요?"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께 저는 다시 질문을 드려요.

"게임이나 운동에서 어떤 부분을 좋아하요?"

게임에서 전략을 짜는 과정이 재미있는 건지, 레벨을 하나씩 깨나가는 성취감이 좋은 건지 여쭤봐요. 운동도 마찬가지에요. 몸을 움직이는 게 좋은 건지, 기록을 갱신하는 게 즐거운 건지, 아니면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하는 분위기가 좋은 건지요.

좋아하는 일의 특성을 쪼개서 답을 하다 보면, 내가 끌리는 지점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취미 뿐만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스스로를 관찰해보니, 마케팅 업무 중에서도 PPT 디자인과 사람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영영 이 업계를 떠나리라 결심했을 때도, 미술 심리학을 배우러 다녔나봐요. 그때는 전혀 모르다가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요.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것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이기도 해요.

평소에 내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뭘 할 때 행복감이 드는지 관찰하는 건 한번에 이루어지지 않거든요. 예전부터 좋아했던 것을 떠올려보고, 유튜브에서 뭘 많이 찾아보는지 확인해보세요.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되고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의 시작은 나에 대한 탐구의 시작이에요.

만약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다면 그냥 한 번 해보시길 권해 드려요.

송길영 작가님의 유명한 '고양이 대사'를 인용하며 긴 글을 마칩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그럼 10년간 고양이를 키우고 연구하세요. 그러면 10년 후에 전부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를 좋아하면 당신은 대가가 돼 있어요.10년 후에 아무도 고양이를 안좋아한다면 어때요. 그동안 즐거웠잖아요"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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