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커피챗 - 폭망한 나의 커피챗

어렵다 어려워

by 수풀림

커피챗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직장인 분들이라면, 십중팔구 '이직'을 먼저 떠올리실 것 같아요.

커피챗이란, 지원하고 싶은 회사의 현직자나 채용 담당자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뜻해요. 보통 이런 만남은 비공식적으로 회사 밖에서 이루어지죠. 커피를 앞에 두고 부담없이 상대방에 대해 서로 알아보기 좋은 자리에요. 딱딱한 면접과는 사뭇 다르게,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거든요. 꼭 이직 목적이 아니라도,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 커피챗을 신청하기도 해요. 해당 직무는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는건지, 실제로 일해보니 어떤 점이 가장 힘들고 또 어떤 점이 가장 잘 맞는지 같은 것들 말이에요. 회사 홈페이지나 채용 공고에 적힌 몇 문장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커피챗의 가장 큰 장점이죠.


커피챗이 하나의 채용 문화가 되기 한참 전, 저도 커피챗을 시도했던 적이 있어요.

어느 스타트업 대표님이 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그분을 꼭 만나뵙고 싶었어요. SNS와 홈페이지를 뒤적이다보니 마침 그분과의 줌 미팅 신청서가 나오더군요. 신청 양식을 꽉 채워 보내자, 일주일 뒤 대표님과의 미팅이 잡혔어요.

"안녕하세요, OO님. 반갑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저를 반겨주시는 대표님을 화면 너머로 보니, 마치 연예인을 영접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분은 어떤 계기로 이 신청서를 작성했는지 물어보셨고,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답했어요.

"아, 스타트업이 너무 궁금해서요."

당시 하던 일과 회사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던 중 우연히 스타트업 책을 만나게 된 거에요. 스타트업이 가진 장점과 단점, 경력직이 스타트업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될지 호기심이 커졌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제가 그 대답을 하자마자, 대표님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네? 궁금해서 신청하셨다고요?"

당황한 저는 그때부터 변명같은 말을 막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지금 회사가 너무 보수적이다, 스타트업을 한 번 경험하고 싶다, 대표님 책이 너무 좋았다 등등. 여기까지만 했어도 괜찮았을텐데, 한 번 잘못 나온 말은 '미친 말'로 변해 멋대로 날뛰더라고요.

"스타트업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다 해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더 끌리더라고요."

가까스로 인내심을 발휘하던 대표님은, 선을 넘는 제 질문에 결국 화를 내시고 말았어요.

"OO님께 제 아까운 시간을 무려 30분이나 할애했어요.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는 알고 나오신 거에요? 스타트업에 오시려고 엄청 노력하시는 분들도 밖에 줄 섰어요. 그분들 얼마나 절박하신지 알아요? 제가 OO님의 스타트업 타령 들으려고 이 신청을 받아준 건 아니에요."


네, 맞아요. 그날의 커피챗은 그야말로 '폭망'이었죠.

그 분과 저의 스타트업을 바라본 시선은 안드로메다만큼 먼 차이가 있었어요. 쫓겨나다시피 미팅에서 빠져 나온 저는 며칠간 이불킥을 하며 곱씹었어요. 뭐가 문제였을까, 아니, 어디부터 문제였을까.

커피챗 초보자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커피챗에 대한 어긋난 기대치 설정과 잘못된 접근 방법이에요. 당시 저는 커피챗이 가볍게 스타트업이라는 곳을 탐색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했어요.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죠. 분명 커피챗에는 그런 목적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대표님이 생각한 커피챗은, 채용을 위한 수단이었어요. 지원하는 후보자 중 괜찮은 사람을 고를 수 있는 자리였죠.

서로 이 기대치가 맞지 않는 경우, 커피챗은 시간 낭비가 되어 버려요. 그러니 상대방과 약속을 잡으면서, 꼭 물어보시면 좋아요. 이 커피챗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떤 점을 기대하시는지에 대해 말이에요.


사실 제가 했던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바로 '질문'이었어요.

저는 기본적인 질문조차도 제대로 생각해가지 않았던 거에요. 서로 기대치가 달랐다 하더라도, 준비한 질문에 따라 시간의 쓰임새나 의미, 목적이나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만약 제가 이런 질문을 사전에 대표님께 메일로 보냈더라면 어땠을까요?

"스타트업에 대해 궁금한 점은 1) 직무 - OOO, 2) 근무 환경 - OOO, 3) 해당 업종에서 필요한 경력 - OOO.... 등과 같습니다. 이런 부분을 대표님과 커피챗을 통해 문의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제 질문이 마음에 드시고 호기심이 생기셨다면 저를 만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면 굳이 30분을 버릴 일은 없겠죠.

커피챗에 꼭 필요한 사전 질문은, 내가 이직을 고민하는 사유, 상대방으로부터 알고 싶은 정보의 범주 등등이에요. 찐빵 안의 앙꼬 같은 역할이 바로 질문이죠.


혹시 이직을 위한, 새로운 직무 탐색을 위한 커피챗을 앞두고 계신가요?

제 망한 첫 커피챗 경험이 부디 여러분들께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요. 커피 한 잔을 놓고 대화하는 그 짧은 30분-1시간을 위해, 조금 더 긴 시간을 사전에 투자하시길 당부드려 봅니다. 커피챗의 질은 결국 질문의 깊이에서 갈리고, 그 질문은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나의 상태를 들여다봤는지를 그대로 드러내니까요.

부디 좋은 커피챗을 통해 여러분의 커리어에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를...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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