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수만가지 이유
19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나 후배들에게 가장 많은 고민 상담을 요청 받은 주제가 있어요.
"도저히 이렇게는 회사 못 다니겠어요. 이직 자리 찾아보려구요."
"저 이직 해야 될까요, 말아야 될까요?"
"거긴 연봉 20%나 올려준다더라!"
네, 그건 바로 '이직'에 대한 두려움과 열망이에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 이직은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었어요. 꼰대 김부장님한테 깨질 때마다, 빌런 이과장과 부딪힐 때마다, 모래알처럼 손에서 빠져 나가는 통장을 볼 때마다, 우리는 이직을 꿈꿉니다. 예전에는 3년차, 5년차에 이직 고비가 온다고 했는데, 그것도 어느덧 옛 말이 되었죠. 이직을 할 수만 있다면, 1년, 아니 3개월도 안 되어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이직은 모 직장인들이 평생 고민이 되었지만, 그 이유는 저마다 다르더라고요.
어느 날 직장생활 초년생 후배 A가 찾아와 비밀 상담을 청했어요.
"이직 제안을 받았는데, 너무 고민되네요."
이직하려는 곳은 지금보다 연봉도 높고 원했던 업무를 할 수 있지만, 회사 규모가 훨씬 작대요. 반면 우리 회사는 그쪽에 비하면 대기업 수준의 규모와 체계가 갖춰져 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점도 많다고 하더군요.
옆 부서 후배 B는 또 다른 이유로 이직을 할지 말지 저울질하며 걱정을 털어 놓더라고요.
"아무리 열심히 하면 뭐해요. 팀장님은 계속 저한테 뭐라고 하세요. 그런데 그 때 말씀드린 선배가 있는 회사로 가면, 확실히 인정은 받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제가 봐도 B의 팀장님은 B에게 무척이나 가혹하더라고요. 그는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로, 마음 속으로는 거의 이직을 확정하고 있었어요.
누군가가 저에게 이직 상담을 요청할 때, 저는 주로 가만히 듣고 있는 역할을 자처해요.
아마 상대방은 저에게 사이다 같은 해답을 원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자기 대신 누군가가 명쾌한 답을 내려주기를. 이직하면 나아질거라고, 아니, 지금은 좋은 타이밍이 아니니 조금만 참고 버티라며 말이죠.
하지만 제가 점쟁이도 아니고, 이직하면 괜찮을지 아닐지 무슨 수로 알겠어요. 제가 그 회사를 다녀본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19년차지만 아직 제 앞가림도 못하는걸요. 저도 이직 욕구가 올라올 때마다(때때로, 자주, 매번), ChatGPT에게 물어봐요.
'올해 사주에 이직운 있어? (만약 없다고 하면 꼭 언제 이직운이 있는지 다시 물어봐요)'
'이런저런 상황인데, 이직할까, 아니면 상사한테 말해보기라도 할까?'
네, 맞아요. 이렇게 적고 보니 무척 바보 같은 질문이네요. 하지만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AI한테라도 이렇게 털어놓으면 훨씬 나아지더라고요. 아마도 저를 찾아준 후배들도, 정답보다 그런 ‘정리할 시간’을 원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각기 다른 상황과 사정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그들에게, 저는 조언 대신 질문을 건네곤 합니다.
이런 질문들은, 제가 ChatGPT로부터 받은 뼈 때리는 질문이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어디야?"
"진로를 선택할 때, 어떤 게 지금 너한테 가장 중요해?"
"직장생활 하면서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건 뭐야?"
왜냐하면 이직이라는 건 결국 '나'에 관한 선택이거든요. A에게 맞는 답이 B에게도 맞을 리 없고, B가 행복해하는 환경이 A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객관적으로 좋은 조건이라고 해도, 내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결국 또 다른 이직 고민의 씨앗이 될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직을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나만의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연봉이 높아서, 조건이 좋아서, 성장의 기회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이유 말이에요. 내가 정말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가장 나다울 수 있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나를 위한 이직을 선택할 수 있거든요.
결국 이직도 '나다운 선택'이어야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19년을 직장생활하며 깨달은 건, 이직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조건이나 타이밍이 아니라는 거예요. 얼마나 내 마음과 솔직하게 마주했느냐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혹시 지금 이직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잠깐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정말 왜 이직하고 싶을까?"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나를 위한 이직의 첫걸음이니깐요. 완벽한 답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다만 내 마음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보는 거죠. 그래야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 없는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