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풀림 Sep 02. 2024

글을 계속 쓰면 생기는, 복리이자의 마법

브런치 글쓰기 1년 차,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복리 이자'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복리 이자 : 경제 원금과 이전에 지급된 이자의 합에 붙는 이자. 예를 들어 10퍼센트의 이자율로 100원이 지급되면 다음 이자 지급 기간에는 110원이 지급되고 그다음 기간에는 121원이 지급되는데, 이때의 1원은 이전에 이자로 받은 10원의 이자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른 복리 이자의 정의이다. 솔직히 경제에는 젬병이라 이렇게 사전적 정의를 읽어도 이해가 잘 안 간다. 내 마음대로 해석해 보자면, 생각 없이 매일 천 원씩 저금했는데 한 달 후에 예상했던 금액보다 3천 원쯤 많은 금액이 계좌에 있어 놀라는 거랄까. 대충 한 달 이자 5백 원 정도는 받겠지 생각했는데, 내 기대보다 더 큰돈을 공짜로 받는 느낌은 신기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첫 시작은 좋아요 5개와 조회수 15였다.

평소 SNS를 전혀 하지 않아 몰랐는데, 누군가 내가 쓴 글에 호감을 표시해 준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감사했다. 브런치에는 수많은 작가님들과 그분들이 쓴 글이 하루에도 수백 편, 수천 편씩 올라온다. 그 와중에 내 글을 봐주신 분들이 있다니, 간혹 댓글로 공감과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고마움이 밀려왔다. 

그런데 쓰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브런치 홈에 소개되는 브런치북이나, 조회수가 급등하는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 글이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데? 나라고 조회수 못 올릴 게 뭐가 있어?'

급기야는 브런치 좋아요 많이 받는 법, 구독자 늘리는 법 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해도 정답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그럴수록 더 초조해졌던 것 같다. 검색이 안되면 셀프 스터디를 해야지 하고, 대충 브런치 홈에 소개되는 글들을 분석해 봤다. 제목과 썸네일을 유심히 보고, 잘 나가는 글들의 패턴을 파악했다. 그런데도 내 조회수는 쉽사리 올라가지 않았다. 답답하고 막막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고 그 비법을 알고 싶어 글쓰기 모임에 덜컥하고 가입해 버렸다. 작년 12월의 일이다.


글쓰기 모임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아니, 글 잘 쓰고 조회수 잘 나오는 비결을 알려줄 줄 알았는데 그냥 서로의 글을 올리기만 했다. 카톡방에 매일 쓴 글을 인증하고, 서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난 응원이 아니라 글쓰기 방법을 알고 싶었지만, 글도 못쓰는 주제에 그것부터 묻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메모장에 저장만 했다. 글을 매일 쓰면 좋은 점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모아 찬양했지만,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다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급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그 어떤 글도 매일 인증만 하면 다들 잘했다고 엄지 척을 날려줬으니 말이다. 세 줄 이상만 되면 된다고 했다. 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도 글인가 싶어서...

효율성 있게 좋은 글을 잘 쓰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매일 큰 주제도 없는 글을 쓰는 게 맞는 건가 아닌가 싶다가도, 인증을 위해서는 매일같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모임의 가장 큰 목적이 잘 쓰는 글이 아닌, 매일 쓰는 글이 되어갔다. 

내 욕심에 차지는 않았지만, 글쓰기 모임을 같이 하는 다른 작가님들 덕분에 조회수가 올라가고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대충 쓰거나 제대로 못 쓴 글에도, 나도 차마 찾지 못한 의미를 덧붙여 주셨다.


처음에 품었던 '매일 쓰기만 해서 뭐가 되겠어?'라는 의문은, 두세 달 지나니 '이게 되긴 되네'라는 확신으로 점점 바뀌었다.

첫 달의 글쓰기 모임 질문은 조회수 증가 방법이었다면, 그다음 질문은 매일 글쓰기에 대한 것이었고, 그 다다음에는 질문이 조금씩 없어졌다.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글쓰기의 목적 자체가 숫자가 아닌 것임을. 빨리 성공하고 책을 내는 게 아닌 것임을 말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처럼 글쓰기에서도 효율성과 성과를 내고 싶어 안달했음을 그제야 인정하게 되었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원래 내가 글쓰기를 시작했던 마음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직장인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며 일과 사람으로 힘들어했는데, 그 시기 글과 코칭은 나의 구세주였다. 코치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글쓰기가 나의 마음을 살려놓았다. 내가 글을 쓰며 살게 될 거라고 나조차도 절대 믿지 않았는데, 매일 쓰는 글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나 자신'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코치님께서 나에게 앞으로 작가가 되면 좋겠다고 했을 때 엄청나게 비웃었던 기억이 있다. 나 따위가 무슨 작가냐고. 그런데 글을 쓰면서 내면의 치유가 시작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씨앗이 이제야 발아가 되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하면서 그 꿈의 싹이 조금씩 움트고 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복리이자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하루 조회수 15에서 150까지 오른 것을 발견했을 때,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회사 일로 바빠 글을 쓰지 못했을 때도 조회수는 큰 변동이 없었다. 가끔 내가 원금을 이체하지 않았는데 이자만으로 먹고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는 별 거 아니고 아주 작다고 생각될 수 있는 이 조회수는, 나에게는 정말 값진 숫자이다. 이걸로 뭐가 바뀐 게 있냐고 성과를 묻는다면, 표면적으로는 없다. 그러나 복리이자란 무엇인가. 눈에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발견하고 나서 깜짝 놀라는, 매일의 작은 것들이 쌓여 낳은 마법 아닌가. 

그동안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면 꾸준히 써온 글 덕분에 복리 이자도 얻었고, 내면의 변화도 많아졌다. 매일 글을 쓰기 위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나에게 닥친 상황에서 끊임없이 글감을 찾는다. 매일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어진 생각의 씨앗으로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내가 고민하던 부분이 어떤 것이었음을 스스로 깨닫는다. 생각하기조차 싫었던 스트레스 상황이 마침내 나에게 깨우침이 되어 오는 순간이다. 쓰면서 생각이 진화하고, 자동으로 정리된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상황을 회피만 했겠지 싶어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가끔씩 옛날 버릇이 나와, 잘 나가는 작가님들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저분처럼 나도 기획을 해서, 브런치북을 만들어볼까 아니면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어볼까 하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한다. 생각 없이 썼던 글이 갑자기 떡상을 했을 때, 이 글로 계속 뭔가를 만들어내볼까 싶다가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떡상했던 글은 내 글이 맞기는 하지만, 내가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이 맞는가 돌아본다. 솔직히 아직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지 못 찾았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쓰다 보면 길이 생기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쓰다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계속 튀어나와, 나부터 써달라고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은 기획 글보다는 내 마음속에 떠다니는 이야기 조각들을 서서히 풀어내보려고 한다. 내 마음은 생각보다 수다쟁이더라. 그걸 내가 발견해 주니 좋다면서 자꾸만 글로, 말로 튀어나오려고 한다. 


9월의 시작, 나는 오늘도 쓴다.

글의 목적은 아직 뚜렷이 발견하지 못했지만, 글의 효과만큼은 누구보다 장담할 수 있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같이 소소하게 시작해 보자고 응원을 드리고 싶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가 제일 싫었는데 말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