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by Christian Dior
1946-1957
Dior 브랜드 디깅 첫 글에서도 언급했듯, 크리스찬 디올은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예술적이고 여성성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크리스찬 디올은 1947년 처음 브랜드를 시작하고 1957년 그의 죽음 전까지 10년간 총 22개의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이번 디깅북에서는 디올의 첫 22개 컬렉션 중 브랜드 가치를 잘 보여주는 주요 컬렉션들에 대해 디깅 하고자 한다.
디올이 브랜드를 만들고 옷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요소들을 기준으로 컬렉션들을 살펴볼 것이다.
우아함과 여성성
New Look으로 유명한 디올의 첫 번째 컬렉션처럼 디올은 여성의 실루엣을 우아하게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크리스찬 디올은 여성의 몸매를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동시에 우아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을 통해 아름다움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
고급스러움과 섬세함
디올의 옷은 품위 있는 소재와 정교한 수공예 기술을 통해 패션이자 예술로 인정받았다.
크리스찬 디올은 독보적인 섬세함을 통해 옷으로 예술 세계를 구현했다.
크리스찬 디올은 여성복을 종종 '건축'에 비유하곤 했다. 그는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건축과 유사하게 생각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여성의 몸을 아름답게 감싸고 형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디올은 옷을 착용한 여성의 실루엣을 조형적으로 다루고, 구조와 비유를 통해 의상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1947년 New Look을 세상에 선보인 이후, 디올의 패션에는 잘록한 허리, 풍성하게 아래로 펼쳐지는 치맛단처럼 여성의 체형을 부각하고 강조하는 형태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디올은 여성복을 통해 단순히 옷을 입는 경험이 아니라 예술적이고 고상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크리스찬 디올은 옷의 기능적인 부분 외에도 장식적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이런 드레이프를 통해서도 디올 브랜드만의 창의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유제니 이브닝 가운은 19세기 중반 크리놀린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마지막 왕후였던 '유제니'의 이름을 따서 만든 드레스로, 실제로 제2제국 시대 여성 패션에 영감을 받아 만든 드레스라고 한다.
크리놀린이란 풍성한 치맛단을 표현하기 위해 치마 안에 입던 일종의 드레스 받침대이다. 치마가 풍성하면 풍성할수록 아름답다고 여겨졌던 시기에 귀부인들은 경쟁적으로 어마어마한 천으로 드레스를 만들곤 했는데, 이때 크리놀린 받침대를 입는 것은 필수였다. 보기에 아름답다는 장점이 있지만, 혼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기 불편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던 크리놀린 패션은 사실 샤넬이 가장 싫어하는 패션 요소였다. (이전 글 참고) 샤넬은 여성을 크리놀린 같은 불편한 옷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자 했고, 디올은 크리놀린의 심미적 장점만 차용해서 드레스를 만들었다.
다행히 디올의 유제니 드레스는 크리놀린을 입는 것만큼 불편해 보이진 않는다. 긴 드레스가 아주 편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디올은 크리놀린 시대의 드레스가 표현하던 구조적인 아름다움은 그대로 남기면서도 여성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다. 이 드레스는 'La Cigale(메뚜기라는 뜻..!)'이라는 이름의 드레스인데, 이브닝드레스보다는 평상복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이 드레스를 '낮에 입는 저녁 드레스'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A-line, H-line 컬렉션에서 보는 것처럼 디올은 여성의 우아함을 살리면서도 움직이기 편한 옷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디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디자인은 이처럼 여성성을 강조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1947년 New Look에서 강조했던 풍성한 치맛단을 슬림 라인으로 바꾸어 변주를 주었지만 잘록한 허리라인이 '디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 화려한 드레스는 Junon이라 불리는 드레스이다. Junon은 로마 신화의 여신을 의미하는데, 이 컬렉션에서는 여성의 우아함과 신비로움을 강조했다. 색감과 실크 소재가 풍부하게 사용되었다. 이 드레스는 디올이 섬세하고 정교한 수공예 기술을 통해 어떤 예술 세계를 구현하고자 했는지 보여준다.
디올이 어린 시절을 보낸 그랑빌의 정원이 그대로 수놓아진 플라워 드레스.
디올은 꽃을 드레스에 예술을 구현하는 소재로 자주 사용하곤 했다.
디올은 자주 패션을 예술에 비유하곤 했는데, 나 역시도 디올의 패션은 단순히 옷을 넘어서는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크리스찬 디올은 패션 디자인을 하며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드레스들은 하나같이 참 아름답다.
Je veux aider les femmes à paraître élégantes.
Les vêtements que je crée sont destinés à envelopper magnifiquement la forme féminine, à exprimer magnifiquement les femmes et à leur insuffler confiance.
나는 여성이 고상하게 보이도록 도와주고 싶다.
내가 디자인하는 옷들은 여성의 몸매를 아름답게 감싸고, 여성을 화려하게 표현하며, 그녀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여성으로서, 샤넬이 왜 디올을 그렇게 싫어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디올의 옷은 확실히 편해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디깅을 하면서 내가 왜 디올을 좋아하는지 좀 더 선명해졌다. 디올이 여성에게 주고 싶었던 '자신감'이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든다.
Mes créations apportent des rêves,
de la magie et de l'élégance aux femmes
나의 디자인은 여성들에게 꿈과 마법, 그리고 우아함을 선사한다.
디올이 선사한 꿈과 마법, 우아함을 더 깊게 알아보고 싶다. 오늘은 디올의 컬렉션 작품 몇 개를 중심으로 간단히 디깅 해보았는데, 이후 디올의 디자인과 철학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게 디깅 해보고 싶다. dior by dior 자서전을 사두었는데, 언젠가 디올이 말하는 디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써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디올은 창의적인 라인과 패턴, 화려하고 정교한 수공예, 우아함을 패션계에 남기고 1957년 돌연 사망하게 된다. 다음 편에서는 크리스찬 디올 사후에 갑작스럽게 디올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게 된 '이브 생 로랑'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디올만큼이나 유명하고 인기 있는 생 로랑(SAINT LAURENT)의 창립자 이브 생 로랑이 디올의 디자이너였다는 것이 재밌다. 이브 생 로랑이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디올에서 어떤 작품을 선보였는지 다음 시간에 함께 살펴보자.
Edited by cherri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