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는 적막을 싫어했다.
적막한 방은 참을 수 없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니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나는 잘 때마저 적막이 싫었다.
노트북으로 내가 잠들 때까지 재생될 미드를 틀어 놓거나,
ASMR을 튼 채 이어폰을 꽂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적막하면 죽은 기분이었다.
귓가에 작은 마찰이 일어야지만,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고요를 찾는다.
온 가족이 자신의 영역을 찾아 떠나고 오롯이 나 혼자 남았을 때,
비로소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적막은 빈 구석이 없다.
예전엔 적막함이 방을 비우는 느낌이었다면
이젠 적막함이 방을 채우는 것만 같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모든 것을 종료한 채 거실에 누우면
내가 납득 가능한 소음들만이 왔다가 간다.
정수기가 얼음을 만드는 소리, 공기청정기의 바람 소리, 냉장고에 전기가 통하는 소리.
이것들은 대체로 반드시 적막해야지만 들을 수 있다.
그 작은 소음들이 내 공간의 배경음이 될 때, 그제야 숨통이 트인다.
일상에도 음소거가 필요하다.
쉼표를 찍기 위해, 하루에 단 십 분이라도 소란한 고요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