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은 왜 10분만 켜도 팬을 만들까 ☞hibi 향 성

히비(Hibi, 日日)가 브랜드 팬덤을 만드는 기록(1)

by 알렉

<도입 : 소소한 궁금증>

“아이돌만 팬덤을 가지나요?” 이 질문,

한번쯤 떠오르지 않았나요? 스크롤 속도가 자꾸만 빨라지는 시대예요.

그런데 이상하죠—우리는 향을 ‘딱 10분’만 켜도 그 시간을 오래 기억해요.

디지털 피로가 쌓일수록, 사람들은 더 짧고 선명한 몰입을 원해요.

소리 없이 타오르는 불꽃, 가볍게 긋는 손끝의 저항감, 공간을 금세 바꾸는 잔향.

그 10분의 작은 리추얼(ritual)에서 누군가는 마음의 템포를 회복하고, 누군가는 하루의 챕터를 닫죠.



성냥의 제품 사진이 이보다 더 감성적일 수 있을까? (출처: 히비 공식사이트)


그래서 오늘의 주인공은 hibi 10 minutes aroma예요.

“향은 왜 10분만 켜도 팬을 만드는가?”

“정말 아이돌만 팬덤을 가지나요?” 이 두 질문으로,

브랜드의 시작점부터 문제 정의까지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먼저 핵심을 정리해볼까요?

hibi는 전통 성냥 기업 Kobe Match의 점화 기술, 일본 Awaji 지역의 daihatsu 인센스 제작 기술, 그리고 디자이너 Yasuhiro Horiuchi의 현대적 디자인 언어가 결합해 탄생했어요.


trunkdesign 디자이너 Yasuhiro Horiuchi
Awaji 지역의 daihatsu
Kobe Match


한마디로 “성냥과 향의 융합”이죠.

성냥처럼 ‘긋는’ 행위가 의식의 개시 버튼이 되고,

약 10분 동안 은은하게 타오르는 인센스 스틱이 작은 몰입을 선물해요.

이 간결한 사용성과 리추얼의 감각이,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도 기억되는 이유예요.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당신이라면, 매일 10분의 호흡을 선물하는 이 의식을 어떻게 느끼실까요?


고베 매치의 역사와 문제 정의 『‘사라지는 불꽃’에서 ‘남는 시간’으로』

이야기의 출발점은 간단해요.

라이터와 가스레인지의 보급으로 성냥 수요가 급락했죠.

성냥은 더없이 훌륭한 발명품이었지만, “편의성” 경쟁에서 지면서 카테고리 자체가 축소됐어요.

그럼에도 성냥에는 유일한 가치가 남아 있었어요.

손으로 긋는 순간의 촉감, 불꽃이 피어오르며 공간의 온도를 바꾸는 작은 드라마.

문제는 이 ‘감각’을 어떻게 21세기의 생활 속으로 옮겨 심을 것인가였죠.


왜 굳이 10분이어야 했을까요?

바쁜 일상에 스며들려면 긴 시간, 큰 준비, 복잡한 도구는 오히려 장벽이에요.

하루의 빈틈을 채우는 짧은 몰입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향으로 가볍게 열고 닫는” 포맷이 적합했죠.

hibi 10 minutes aroma는 그 비어 있던 칸을 정확히 채웠어요.

덕분에 ‘사라지는 불꽃’이 아니라, ‘남는 시간’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전환할 수 있었죠.


세 축의 결합: 기술 × 감각 × 디자인

Kobe Match(1929)가 가진 건 점화의 기술이었어요.

튼튼하게, 안정적으로, 반복 가능한 ‘불의 시작’ 말이죠.

Awaji의 인센스 장인들은 향의 감각을 알고 있었어요.

불을 붙였을 때의 퍼지는 속도, 공간과 공기의 상호작용, 잔향의 길이까지.

여기에 디자이너 Yasuhiro Horiuchi가 디자인 언어를 더했어요.

로고, 패키지, 색과 질감의 질서, 그리고 사용 시나리오의 설계.

이 세 축이 맞물리면서, ‘성냥과 향을 하나의 동작으로 묶는’ 경험이 탄생했어요.


긋고(ignite)–놓고(place)–머문다(dwell).

세 동사가 하나의 의식으로 연결되죠.


당신은 어떤 제품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스펙보다 몸이 기억하는 동작이 생길 때예요.

hibi는 바로 여기에 공을 들였어요.


스틱을 쥔 손가락 관절의 미세한 긴장,

마찰음의 리듬,

불꽃이 붙고 난 직후의 숨 멈춤,

그리고 불연성 매트 위에 스틱을 조심스럽게 놓는 작은 배려.


그렇게 10분간의 개인적 성소가 시작돼요.

설명서가 길 필요가 없죠.

행위 자체가 인터페이스니까요.



하리마와 아와지: ‘지역성’이 만드는 신뢰의 지층

브랜드의 설득력은 지역성(locality)에서 더 깊어져요.

일본 효고현 하리마는 한때 일본 성냥 생산의 중심지였고, Awaji 섬은 오랜 전통의 인센스를 이어온 곳이죠. 서로 다른 전통 기술이 한 제품 안에 나란히 새겨지면서, hibi는 스토리텔링의 지층을 얻었어요.

예쁜 패키지 이상의 말걸기가 가능해진 거예요.

“이건 어디서 왔지?” “누가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질문에 진짜 역사와 장인의 호흡으로 대답할 수 있으니까요.


또 하나의 포인트는 개발 기간이에요.

“한 번 긋는 힘에도 부러지지 않는 인센스 스틱”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죠.

3년 가까운 테스트는 단지 물성 개선의 이야기만이 아니었어요.

‘긋는 행위’가 즐거움으로 남기 위해서는 저항감과 내구성, 점화 안정성, 연소 시간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감각 설계의 문제이기도 했거든요.


이 과정을 통해 hibi는 단순히 향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의식의 UX”를 설계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돼요.


왜 10분 리추얼이 지금 통하는가 『 디지털 피로와 짧은 몰입 』

우리는 하루 종일 화면을 본 뒤, 밤이면 또 다른 화면으로 휴식을 찾아요.

그런데 정말 눈의 휴식은 이루어지지 않죠.

여기서 향의 리추얼이 개입할 자리가 생겨요.

10분은 짧아요.

짧기 때문에 심리적 비용이 낮고, 그래서 매일의 습관으로 만들기 쉬워요.

의식은 결국 반복 가능성이 생명인데,

hibi는 ‘긋는 동작’이라는 감각적 보상을 내장해 반복을 부드럽게 유도해요.


이 점이 “오늘도 켤까?”라는 자문을 “그래, 10분이면 되지”로 바꿔요.

또한 hibi의 10분은 범용 시간이에요.

아침엔 집중 모드의 신호,

점심엔 환기,

밤엔 디지털의 끈을 잠시 놓는 탈출구.


신이라면 언제 켤까요?

책상 위, 샤워 후, 저녁 식탁 정리 뒤, 다이어리를 펴기 전—시간과 장소는 각자의 루틴에 맞춰 늘어납니다.

이렇게 나만의 사용 맥락이 생기면, 제품은 물건을 넘어 하루의 챕터가 돼요.


디자인은 왜 최소한으로 보이나, 최대한으로 느껴지는가

hibi의 패키지는 미니멀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충만하게 느껴져요.

이유는 의식의 여백을 남겨두기 때문이에요.

패키지가 과잉으로 말하지 않기에, 사용자는 지금 자기 삶의 문장으로 빈칸을 채울 수 있어요.

로고는 간결하지만 기억에 남고, 작은 상자와 불연성 매트는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안정감을 줘요.

최소로 설계된 동시에, 매일의 테이블 위에서 최대의 존재감을 갖죠.

이것이 미니멀리즘이 웰니스와 손잡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를 보여줘요.


해외 사례 한 스푼 『디자인의 무대에서 검증받다.』

[해외 사례] Paris / Maison&Objet

어디: 프랑스 파리 Maison&Objet 디자인 페어

무엇: hibi와 같은 리추얼형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바이어와 에디터 앞에서 “경험재”로 소개

배울 점: 카테고리를 ‘소모재’가 아니라 ‘경험재’로 정의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평가 언어가 달라져요.
기능 설명이 아닌 의식 설계와 사용 시나리오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파리 메종 오브제 전시 현장

이런 해외 전시는 단지 판로를 여는 자리가 아니에요.

브랜드를 해석하는 문장이 세계적으로 맞춰지는 순간이에요.

“이건 향이 아니라 10분의 의식이구나.”

이렇게 한 번 정리되면, 편집숍·서점·뮤지엄 숍 같은 다양한 리테일 채널에서 동시대 큐레이션이 가능해지죠.


경험의 시작 버튼: 긋기 → 놓기 → 머무르기

hibi의 사용 플로우는 마치 세 문장으로 된 시 같아요.

긋기(ignite): 손끝의 촉감이 리추얼을 개시해요.

놓기(place): 불연성 매트 위에 살며시 올려두는 동작이 주의 환기를 만들어줘요.

머무르기(dwell): 향이 퍼지는 속도에 맞춰 호흡이 길어져요. 10분의 개인적 스테이가 완성되죠.


이렇게 경험의 ‘시를 한 편 쓰는’ 기분이 들면, 제품은 자연스럽게 선물의 언어가 돼요.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말 대신 작은 상자 하나를 건네는 장면—그 장면을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브랜드는 팬을 얻게 돼요.

좋아요 수가 아니라, 머무른 시간으로 쌓이는 팬덤이죠. 정말, 아이돌만 팬덤을 가지는 건 아니에요.


리뷰와 평판 『 ‘편리함’보다 ‘머무는 감각’ 』

리뷰를 보면 반복되는 표현이 있어요.

“생각보다 빠르게 공간이 달라진다”, “알림과 멀어지는 10분”, “책상 위에서 금세 리셋된다”.

흥미로운 건 편리함 자체보다 머무는 감각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 점이에요.

편리함은 도착점이 아니에요.

편리함은 오히려 의식으로 가는 통로에 가깝죠.

우리는 편리함으로 들어와 의식으로 기억해요.

이 전환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바로 성냥의 몸짓과 인센스의 시간성이에요.


유통의 언어 『 어디서 팔아야 ‘의식’이 된다? 』

hibi가 선택한 유통의 언어도 흥미로워요.

그냥 ‘향’으로 분류되기보다, 편집숍·서점·디자인 스토어 같은 맥락이 강한 채널을 통해 소개될수록 메시지가 선명해져요.

“이건 향이 아니라 짧은 독서의 프롤로그예요”,

“작업 전 집중 모드의 신호예요”,

“하루의 클로징 타이틀이에요.” 같은 사용 문장이 매대에서 탄생해요.


그래서 이 브랜드는 상품 진열보다 사용 장면의 큐레이션을 중시해요.

판매는 결과이고, 리추얼의 채택이 목표죠.


협업의 이유 『 팬층의 교집합을 여는 열쇠 』

도입 단계에서 협업을 깊게 파고들 시간은 아니지만, 방향만 짚고 갈게요.

커피, 문구, 패션, 아트 페스티벌과의 콜라보는 결국 팬층의 교집합(Overlap)을 만드는 전략이에요.

향×카페의 모닝 루틴,

향×다이어리의 저녁 정리,

향×패션의 휴식 드롭 같은 사용 문맥의 확장이 일어나죠.

이건 전형적인 “팔로워 수 늘리기”가 아니라, ‘의식 공유’의 네트워크를 키우는 방식이에요.

전개 파트에서 이 구조를 더 자세히 알아 볼게요.


2018년 블루보틀과 콜라보한 아로마 박스


2025년 도쿄 “MEET YOUR ART FESTIVAL”의 SUPER ART & CRAFT MARKET에도 출점


리추얼 UX로서의 포지션 『 소모재 → 경험재 』

정리하면, hibi의 핵심은 소모재(성냥)를 ☞ 경험재(10분 의식)로 바꾼 거예요.

“빠르게 켜고 끝”에서 “짧게 켜고 머무름”으로, 제품의 존재 이유를 이동시켰죠.

여기에 미니멀 디자인과 지역성이 신뢰의 결을 더했고, 사용 문장과 의식 설계가 브랜드 언어가 되었어요.

이런 재정의가 가능했던 건, 기능을 앞세운 ‘편리함 경쟁’을 벗어나

감각과 시간의 설계로 승부했기 때문이에요.




keyword
이전 15화우리가 남긴 것, 그리고 내일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