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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드Johnbird Jun 13. 2020

시간의 무게를 견디면 보이는 세상, 빈티지 카메라

연남동 엘리카메라

사진을 좋아하게 된 것은 20대 초반에 만났던 전남친의 영향이 컸다. 그 분을 따라다니면서 출사모임에 나갔더니 자연스럽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요리조리 찍어보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 분과의 인연이 끝난 다음에는 ‘내 카메라를 가져야겠어’라는 마음으로 휴대성도 좋고 나름 성능도 괜찮았던 하이엔드 카메라 ‘PANASONIC LUMIX’를 장만했다. 이후 7년간 저랑 산티아고도 다녀오고 이리지러 고생을 많이 한 친구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셔터음을 없앴다. 출사를 혼자 다니곤 했는데 그 때마다 왠지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다는거 자체가 부끄럽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오려면 ‘셔터소리가 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이상한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와는 다르게 찰칵- 하는 셔터음에 더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것이라고 본다. 


연남동 EP를 찾아가던 날이었다. 평범했던 길이 갑자기 유럽 어느 골목으로 바뀌는 순간이 왔다. 바로 어귀에 숨어있던 엘리카메라가 비밀의 공간처럼 나타나던 때였다. 장미넝쿨 반대편으로 파아란 건물에 창 밖으로 가득 보이는 여러개의 카메라 눈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비밀의 공간을 찾았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우와…’


“카메라의 무게와 소리가 주는 매력”


엘리카메라는 1800~1900년대 유럽의 빈티지 필름 카메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쇼룸이자 박묾관이다. 쇼룸의 대표이자 카메라 컬렉터인 강혜원 대표님이 12년 이상 수집해온 카메라 400여대가 전시되어있다. 유럽에서 처음 영국 Ensign사의 빈티지 카메라를 접하게된 이후로 마법처럼 빠져들었다고 하니 지금은 성공한 덕후가 되신 듯 하다. 



이 날 엘리카메라에서 제일 놀랐던 점은 그 카메라를 직접 만지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빈티지 제품들의 특징은 어쨌든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것이다. 시중에 많이 풀렸든 그렇지 않든간에 이미 생산이 중단되었다면 언제든지 이 세상에서 소멸될 수 있다. 그런데 카메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생짜베기들에게도 카메라 작동법을 알려주며 만져보게 한다니. 이 무슨 자신감인가. 


또, 체험코스도 있어서 원하는 카메라를 선택하면 일정 시간동안 출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카메라를 구입할 때에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한다고 하니 빈티지 제품이 주는 '유한함'을 인정한 것은 아닐까. 



이 날 눈길이 가는 한 카메라를 들고 묵직한 철-컥 거리는 묵직한 셔터감을 느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카메라 위에 있는 뷰 파인더는 나의 소울메인트 파나소닉이와는 조금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분명 지금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는데, 빈티지 카메라를 쥐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시공간을 이동한 느낌. 그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널리 알려지지 않는 카메라 중에서도 아름다운 사진을 찍는 카메라가 많다는 것을 계속 알리고 싶다”는 대표님의 말씀이 와 닿는것은 카메라마다 각기 다른 세상을 보기 때문인듯 싶다. 




Editor.브랜드텔러 박소영 

instagram @porori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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