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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드Johnbird Jun 19. 2020

진짜 쌍화차, 그리고 진짜 다방

문래동 상진다방 

나에게는 소울푸드가 있다. 어렸을 적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마다 찾던 음료이다. 고등학생 때에는 선생님과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뭘 먹을꺼냐 물으시는데 당당하게 ‘이거요!’하고 외쳤더니 선생님이 참 당황하기도 하셨다. 그 음료는 바로 ‘쌍화탕’이다. 


약국에서 파는 갈색병의 쌍화탕은 달콤 쌉싸름하면서도 마시면 온 몸이 따뜻해진다. 매번 마실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쌍화차’는 어떤 느낌일까.


쌍화탕을 맛볼 수 있는 기회는 사실 언제든 있었다. 인사동 한옥카페를 가면 꼭 십전대보탕과 함께 늘 상위노출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원씩이나 하는 쌍화차를, 계란도 들어있지 않은 쌍화차는 뭔가 아쉬운 생각에 한 번도 마셔보질 못했다. 



상진다방을 찾은 것은 생리주기로 인하여 배가 살살 아프던 때 였다. 

집에 있기는 싫고, 배는 아프고. 따뜻하면서도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싶어서 검색을 하다가 ‘와 여기다’하고 달려갔다. 서울시 '오래가게'로 선정될만큼 역사와 세월이 가득한 곳이다.  



“이 곳이 찐트로”


문래동 철강지대 골목 한 가운데 자리잡은 상진다방은 요즘 유행하는 ‘다방컨셉’이 아닌 ‘진짜 다방’이다.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넘쳐나지만 이 곳은 레트로를 넘어선 ‘찐트로’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여사장님께서 직접 공장까지 커피 배달도 가신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냄새가 나는 배달이 아닐 수 없다.


1970년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곳에서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KBS TV 소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듯 하다. 인테리어와 소품 하나하나가 이 곳을 다녀간 손님들의 역사와 맞닿아있다. 
70년대 그 시절 사람들이 상진다방에서 여유를 가지고 커피 한 잔, 쌍화차 한 잔을 이 소파에 앉아서 마셨을 것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시간여행에 빠져들었다.   



"쌍화차는 '정'이다"


1940년대 다방이 성행하던 시절부터 쌍화차에는 계란이 들어갔다. 아마도 단백질 섭취가 비교적 부족했던 그 시대상이 반영되었던 것 같다. 다방에서의 낭만을 한 끼 식사와 바꾼 사람들을 위해 쌍화차는 샛노란 계란 노른자를 품었다. 누가 이 레시피를 개발했는지는 몰라도 어려웠던 그 시절 속이라도 든든하게 채우고 다니라는 ‘정’과 '배려'가 담겨 있지 않았을까.



상진다방의 쌍화차는 퓨전음료처럼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런 음료다. 사실 음료보다는 음식이 더 가깝다는 표현이 더 맞을 정도로 한 끼를 든든하게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가격은 요즘 물가랑 비교했을 때 깜짝 놀랄만한 5천원. 


속쓰린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에 4~5천원 하는 시대에 대추며 잣이며 깨며 그리고 계란까지 건강하고 든든한 재료들이 어우러진 쌍화차 한 잔이 5천원이라면 합리적이다 못해 감동적이지 않은가.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모닝 커피와 모닝 쌍화차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쌍화차를 고를 것이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요즘, 계란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가 몸의 온기를 가져다주는 것 처럼 상진다방 역시도 차가운 철강단지 내에 따뜻함을 불어넣어주는 곳은 아닐까. 




Editor.브랜드텔러 박소영 

instagram @porori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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