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생각>
설거지는 세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손님들이 반납한 컵과 접시에 남은 음식물을 걷어내고, 직접 초벌 설거지를 한다. 그다음 식기 세척기에 넣고 돌린 후, 리넨으로 핸들링을 하면 끝이 난다. 다 좋은데 식기 세척기라.. 식기 세척기..?
카페에서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식기 세척기를 돌리는 것이 마뜩잖았다. 나는 전에 말했듯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글쎄 식기 세척기라.. 식기 세척기는 눈도 없고 손도 없을 텐데, 식기 세척기라? 기계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도 식기 세척기를 배척하는 것에 한몫했다.
‘기계는 차갑고 냉혹해!’
‘아무렴 기계보다 사람이 더 낫지.’
그런 식기 세척기에게 조금 호감이 생긴 건 몇 달이 지난 후였다. 무더웠던 여름과 잔 더위가 남아있던 가을이 지나고, 갑자기 훅 바람이 차가워진 초겨울이었다. 아침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려서 감기 걸리기 십상이겠구나, 걱정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카페 내에 감기 걸린 직원들이 몇몇 있던 차였다. 나는 평소처럼 초벌 설거지를 하고 식기 세척기를 돌렸는데, 곁에 있던 정 이모가 식기 세척기를 와락 끌어안았다.
“오잉 이모 그거 안 뜨거워요?”
“안 뜨거워, 따뜻해. 너도 이리 와.”
손을 대보니 정말 따뜻했다. 커다란 손난로 같달까. 우리를 보고 감기에 걸린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모닥불에 손을 쬐듯, 식기 세척기가 돌아가는 70초 동안 식기 세척기에 붙어 몸을 녹였다. 아침 청소가 유독 고되어 손가락 마디가 쿡쿡 쑤실 때는, 식기 세척기에 손가락을 번갈아 대며 온찜질도 했다. 이 녀석 생각보다 더 괜찮은데?
식기 세척기의 한결같은 따뜻함에 감동했기 때문일까. 기계는 사람과 다르게 차갑고 냉혹해!라는 나의 편견이 사라진 요즘은 식기 세척기와 즐겁게 일하고 있다. 간혹 마주치는 ‘기계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사람들을 보면, 사람보다 기계가 낫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기계의 역할이라면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사람이든 기계든 오순도순 따뜻하게 잘 살면 좋겠다는 맹랑한 바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