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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야 Oct 19. 2021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외로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외로움이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한다고 사전에서 정의하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음에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외로움을 느끼는게 사람인걸까. 그래서 ‘인생은 독고다이’, ‘인생은 외롭다’라는 말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여러 사람들과 인연이 닿고는 한다. 그중에는 가족, 친구, 연인 등 여러 가지의 종류가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들은 내 삶에 파고들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가깝고 친밀하다고 해서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서로를 잘 안다는 생각과 나를 위한다는 말로 선을 넘는 간섭과 충고를 해 올 때가 있었다. 물론 나를 아낌에 그랬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런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가까울수록 오히려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동그란 원 안에 두 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둘레의 끝과 끝, 지름의 거리가 처음의 우리의 거리였다면 친해질수록 원의 지름은 좁혀져 온다. 둘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지겠지만 자신만의 공간은 줄어들거나 혹은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경계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서로가 많은걸 공유하게 되는 것이겠지만 원의 크기가 작아진 만큼 ‘아차’하는 순간, 순식간에 원 밖으로 벗어나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면 관계는 허무하게도 끝이 나버린다. 우리가 쌓아온 시간과는 관계없이....

그래서일까 나는 가장 멀어지기 쉬운 사이가 어쩌면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다.


장황하게 예를 들어 말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리를 두었다. 깊숙이 파고들지 못하도록 곁을 내어주지 않았던 거였다. 회피하는 거라 말한다면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누군가 내 일상에 스며들어오고 있다 느껴질 때면 덜컥 겁이 나곤 했으니까. 내 모든 걸 보여주고, 편해지고, 그렇게 내가 널 의지하게 되고 아끼게 되면, 그러고 나면 네가 떠나버릴까 두려운 마음에 좀처럼 곁을 내주기가 어려웠다.

그것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 시간은 우리의 관계를 오래 유지시켜줄 시간이었고, 깊어지는 마음을 붙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누군가와 사랑을 해도 혼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친한 언니가 언제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참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나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언니,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거야.” 

사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혼자인걸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저 구구절절 설명하기가 힘들었기에 결국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거라는 말을 내뱉은 거였다.

그저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더 필요한 사람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다 보면 항상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공황장애가 아닌가도 생각해봤지만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친구를 만나고 헤어질 때면, 데려다준다는 친구의 호의를 마다하고 굳이 혼자 집까지 가곤 했다. 혼자 가는 것이 편하기도 했고, 소란스러운 시간 뒤에는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를 만날 때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을 연애 초반, 헤어지기 싫어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으려고 하는 그때에도 나는 온종일 같이 시간을 보내는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집에 쌓여있는 집안일도 해야 했고 씻고 편하게 누워있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렇게 시간을 조금 보내다 보면 다시 그 사람이 보고싶어졌다. 내게 있어 사랑은 항상 너와 나의 경계선에 있었고 그건 나도 모르는 사이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그런 것이었다.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는 일, 소란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일.

그러고 나면 다시 무언갈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일이건 사랑이건 말이다.


“같이 있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잖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지. 그러다 헤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라며 말을 잇는 언니였지만 나는 부정하듯 말했다. “아무리 좋아도 나는 꼭 그 시간이 필요해. 그것마저 이해해주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묘한 느낌을 받았다. 내 입으로 말했음에도 '모순덩어리'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누구든지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 여겼기 때문이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말하면서도 다시 사람을 찾아 나서던 것도, 사랑을 찾아 헤매던 것도 나였다는 것. 그렇게 겉돌기만 하다 많은 사람들을 놓쳐버린 것도 나였다는 것.

결국, 그러다 나만 혼자 남겨져 버리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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