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 21세기북스 / 서가명강06
요즘은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몇 시에 일어나서, 언제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점심에는 무엇을 먹는지, 잠깐 짬 내어 무엇을 구매하는지,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은 무엇인지, 퇴근 후 약속 장소는 어디인지, 술은 맥주나 소주 중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회식 후 집에 가는 택시비는 얼마나 나왔는지,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몇 시쯤인지, 자는 동안 심박수는 얼마나 오르내리는지, 그리고 다시 우리가 몇 시에 일어나서, 언제 지하철을 타고...
이렇듯 우리가 행동하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데이터로 남게 된다. 그리고 그런 데이터는 어느 곳인가에 차곡차곡 쌓여 나를 설명하고 대변하는 형태의 정보로 가공되고,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제공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제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의 의사결정에 개입한다. 이제 빅데이터는 우리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관계 같다.
빅데이터의 시대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는 개념을 이해하는데 충실한 기본서로써 매우 좋은 책인 것 같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혁신을 이루어낸 사례는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 결정이다. 심야 통화기지국 위치 데이터, 가입자 주소 데이터, 스마트카드를 통한 택시 승하차 데이터, 노선 부근 유동인구 데이터 등을 확보해서 융합함으로써 최적의 심야버스 노선을 결정하여 성공했다. -270p-
빅데이터는 우리의 삶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야버스 노선을 정하고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버스와 지하철이 모두 끊긴 심야 시간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버스 노선도를 빅데이터를 통해 유추했고, 보란 듯이 맞아떨어지며 성공적인 사례로 거듭 회자된다.
이웃나라 중국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든 중국인들의 안면 정보를 스캔하도록 의무화 조치를 취했다. 물론 그 전에도 CCTV나 기타 여러 방법으로 얼굴 정보를 저장해뒀을 테지만, 이렇듯 대놓고 빅데이터를 모으겠다고 하는 중국 정부의 의중은...?
이렇게 모은 얼굴 정보를 활용해 6만 명이 모인 콘서트 장에서 단 1명의 범범자를 골라내어 체포한 사례가 있다는 것은 분명 빅데이터 활용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생각나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관련기사)
먼 나라 미국은 빅데이터를 통해 누구보다 빨리 독감의 유행 경로를 파악하고 대처했던 경험이 있다.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구글' 덕분이다. 이제 사람들은 몸이 아플 때, 바로 병원에 가지 않고 구글에 검색한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아플 때'라고 검색하면 관련된 전문가의 칼럼부터 각종 기사, 비슷한 경험을 했던 블로그와 유튜브까지 많은 정보를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검색 기록을 지역별로 분류하고 빈도수를 측정하여 독감 예측을 하는 시대까지 도래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보건당국보다 2주나 앞서 독감 예측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2009년에! (관련기사)
공공분야나 보건분야에서 뿐 아니라 마케팅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는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다음소프트의 생활변화관측소 박현영 소장님의 강연을 통해 실제 마케팅 현장에서 빅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연 내용을 메모를 토대로 재구성하였기 때문에 강연자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회사의 마케터는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
1. 킬링 아이템이 있는가?
2. 우리 브랜드의 씬(Scene)이 있는가?
3. 해시태그가 있는가?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킬링 아이템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각 회사 브랜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아이템.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 패스.
그다음에는 우리 회사가 의도하고 원하는 Scene이 있어야 한다. 좀 더 풀어내자면 호텔을 예로 들 수 있다. 강남의 모 호텔에 방문했던 고객들의 사진을 살펴보면 대부분 건축물 또는 디자인을 컷에 담는다. 반면, 제주도의 모 호텔에 방문하면 자연환경을 담고, 또 다른 호텔은 실내에서 찍은 창 밖의 풍경(프레임 컷)을 담는다. 물론 빼놓을 수 없는 수영장 샷도 있다.
이렇듯 각각의 호텔은 자신만의 Scene을 기획하고 소비자는 그 기획을 충실히 소비한다. 다른 소비자는 그 Scene에 열광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템을 소비한다. 담아내고 싶은 장면, 각자의 Scene이 있어야 그 아이템은 지속적으로 회자되며 생명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다.
혹시 '#온더테이블'이라는 해시태그는 가정에서 각자의 식탁을 항공샷으로 찍어 '내가 집에서 밥을 직접 해 먹지만, 누구보다 그럴듯하고 멋있게 테이블을 꾸며 잘해 먹고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해시태그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온더테이블이라는 해시태그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마켓컬리다. 마켓컬리는 #onethetable 이라는 해시태그를 시작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자신만의 해시태그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2018년에는 #온더테이블 해시태그 이벤트(넛지!!)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소비자는 마켓컬리가 의도한 대로 각자의 SNS에 온더테이블과 마켓컬리를 동시에 태그했다.
많은 소비자는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사진을 찍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식만큼이나 데코와 디자인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즉, 항공샷을 찍기 위해 예쁘게 나오는 그릇과 컵, 테이블보와 같은 여러 소품도 함께 신경 쓴다는 의미다. 마켓컬리가 신선한 식품 배송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온더테이블 용 그릇과 수저세트 등의 다양한 인테리어 주방용품에도 함께 신경 쓰는 이유다.
-생활변화관측소 박현영 소장님 강연 재구성-
최근 정부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선도 산업으로 DNA(Data, Network, AI)를 강조하며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발전시키고 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 삶 속에 더 많이 들어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오늘 소개한 책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의 마지막 나가는 글로 대체하고자 한다.
데이터는 토지와 같은 한정된 자원이 아니다. 토지를 차지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거나 혁명을 일으켜서 토지 개혁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데이터는 한정된 자원이 아니다. 돈이 많든 적든, 힘이 세든 약하든 누구에게나 데이터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마치 신대륙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의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당신도 데이터의 주인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27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