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경의선책거리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로만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어느 3월
내려야 할 역이 아닌 전 역에서 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걷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한 개 ~ 두 개 역 정도는 걸어 다니곤 했다
미세먼지가 산소보다 빽빽하게 나를 감싸기 전에는 말이다
그 어느 날이라고 미세먼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문득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홍대가 아닌 신촌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신촌에서 홍대를 걸어갈 때, 보통은 대로변을 따라가면 'ㄱ'자 형태로 걸어가게 되는데, 늘 가던 길로만 가면 뜻밖의 산책이 즐겁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지도를 켜지 않은 채로 골목길을 종횡무진했다
그러다 보니 발걸음이 닿은 곳은 #경의선책거리
뜻밖의 산책에 뜻밖의 친구인 고양이를 만나고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어서 그랬는지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더 조용한 산책길이었다. 그렇게 무작정 길을 따라, 발걸음이 닿는 대로 걸으며 책도 구경하고 미세먼지도 마시며 약 10분간의 조용한 산책을 마무리했다
경의선 책거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와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주제별, 출판사별로 책을 구경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장소가 주는 힘이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산책 과 #책 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3월의 어느 날
뜻밖의 산책은 뜻밖의 즐거움과 추억을 선물하고
미세먼지가 감싸준 덕분에 포근한 상태로 내 머릿속에 갈무리되었다